"공해 업체들 주민에「함구 뇌물」"|서울대 사회정의실천모임 토론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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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서울대 사회정의 연구 실천모임(운영위원장 권태준 교수)은 12일 오후1시30분부터 7시까지 교내 문화관에서「환경문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주제로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낙동강 페놀 오염 사건으로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가운데 학계·환경 및 소비자단체 인사 등 참석자들은 환경 개선방안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토론회는 유근배(지리학)·김상종(미생물학)·신동운(공법학)교수 등 3명의 주제발표 등 환경관리기사·환경운동가 등 이 현장에서 보고 느낀 생생한 체험담·종합토론 순서로 진행됐다.
◇체험담=울산 공해 대책 주민위원장 한기양 목사는『울산·온산지역에 5백여 개 업체가 입주해 있으나 환경처직원은 15∼16명에 불과해 이들 중 최근 30대 직원이 과로로 숨지는 등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하고『이 때문에 환경오염의 예방과 통제는 엄두도 못 내고 오염사고가 터진 뒤 뒤처리 수습에 급급한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울산 공단은 기업체들의 오염물질 무단방류가 비가 올 때 극심하며 D펄프의 경우 바다 한 가운데로 3백m 길이의 폐수 방류 구를 갖고 있음이 예전 공사에 참여했던 사람들에 의해 확인됐다고 한 목사는 밝혔다.
한 목사는 또『기업주들이 날로 생계가 막막해지는 어촌주민들에게「조용히 해달라」며 이장 등을 통해 뇌물을 돌리는 사례까지 있다』고 전했다.
그는『청년 공해 감시 단이 매연 관찰을 외해 출발하면 예컨대 30m까지 치솟던 공장 연기가 10m로 일시에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는 사례를 들어 기업에 협조하는 어떤 시스템의 존재를 시사했다.
환경관리 기사로 10여 년간 직장생활을 했다는 구영기씨는『대학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한 것을 후회스럽게 느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며『현장에서 환경담당을 해 오는 동안 폐수를 무단방류 하지 않는 회사가 과연 국내에 몇개나 있을까 의심케 됐다』고 말했다.
그는『환경 관리기사는 독립성 유지를 위해 소속회사에서 봉급을 받지 않는 형식으로 제도화 할 필요성이 높다』고 견해를 밝혔다.
◇토론=최 열 공해추방 운동 연합의장은『우리 사회 모순이 공해문제로 집약되고 있는 것 같다』고 전제, 『환경문제는 우리의 생존문제와 직결된 만큼 산발적인 시민운동·주민운동이 전국적 네트워크를 갖춰「연대 운동」으로 승화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원 대전대 교수(환경공학)는『주 9시간 학교강의 의에 전국의 공해 관련 세미나에 20회 이상 참석하는 바람에 연구활동이 위축되고 있다』며『학계 등의 환경전문가들이 남의 일처럼 여기지 말고 함께 환경운동에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장 교수는 또『환경 운동도 과학적 접근 방법을 동원해야 하며 기업주들을 무턱대고 적대시하기보다 대화의 상대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상호 강원대 교수(환경학)는『페놀오염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수질 과학원을 만든다, 특별 조치 법을 제정한다고 법석을 떨고 있는데 이는 과거와 똑같은 행 태로 근본적인 대책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김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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