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4대 그룹 총수 新 세계지도] 미국·중국·인도 3대축 '가속 페달' 밟는 정몽구 회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은 2006년 한 해 동안 48일을 해외에서 보냈다. 상반기에 현대차 사태로 일신의 최대 고비를 맞았던 것을 감안하면 결코 적은 출장일수가 아니다. 그만큼 글로벌 경영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성과도 컸다.

2006년 미국 앨라배마 공장과 중국 베이징 현대차는 현지화 전략으로 최단 기간 최고의 성과를 올렸다. 2007년 정 회장의 글로벌 사업은 더욱 커지고 세질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주요 생산거점으로 자리 잡은 인도와 수출시장으로 급부상한 호주가 주목된다.

현대차가 전 세계에서 잘 나갈 수 있도록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정 회장의 ‘품질경영’이다. 현대차의 ‘품질 질주’는 세계 자동차 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현재 현대차는 생산·판매 규모로 세계 6위권이다. 비약적인 품질 향상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2004년에 쏘나타가 미국 제이디 파워의 신차품질지수(IQS) 1위를 획득한 데 이어 2005년에도 내구성 품질지수에서 벤츠·아우디 등 명차들을 제치고 최고의 품질향상 점수를 기록했다. 2006년 신차 품질 조사에서는 투싼이 소형RV 부문과 소형차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고, 현대차는 종합 순위에서 도요타·혼다·벤츠를 제치고 3위에 올랐다.

1년 새 무려 7계단이나 뛰어오른 것이다. 2006년 비즈니스위크와 인터브랜드가 실시한 브랜드 가치 평가에서 현대차는 전년보다 9계단 상승한 75위(41억 달러)를 기록했다.

‘수출 전초기지’ 인도

정 회장이 2007년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가장 주목하는 곳은 인도일 것이다. 현재 인도산 현대차의 수출 비중은 35~40%선. 정 회장은 이를 50%까지 높여 유럽·중동·중남미로의 수출 전진기지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중국·미국·터키와 함께 글로벌 생산체제의 핵심 축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 회장은 세계 전역을 대상으로 현대차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글로벌 전략을 구사했다. 그는 이제 현대차가 월드카로서 입지를 구축했다고 확신한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기존의 ‘포괄적인’ 글로벌 전략보다는 ‘확실한 축’을 중심으로 세계시장 공략의 루트를 잡아야 한다고 판단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2007년 가장 심혈을 기울일 축으로 인도를 선택했다.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 첸나이에 위치한 현대차 공장은 연 30만 대 규모의 생산라인을 갖췄다. 마당에서 지평선이 보일 정도로 광활한 이 공장에서 상트로(국내명 비스토)·겟츠(클릭)·쏘나타 등 5종이 생산된다.

인도에 진출한 다른 메이커와는 달리 정 회장은 자족형 공장을 짓고, 현지 시장에 신속히 대처하기 위해 투자도 단독으로 했다. 2004년 이미 소형차에서 대형차에 이르는 풀 라인업을 구성했다.

정 회장은 인도 공장의 생산 규모를 더욱 늘리려고 한다. 3교대 24시간 풀 가동으로 연산 능력을 현재의 28만 대에서 30만 대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인도 공장은 2006년 내수 시장에서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한 18만9000대 판매를 돌파했다.

경쟁 메이커들과 달리 정 회장은 최신 모델을 생산 라인에 투입했다. 모델 점포를 운영하고 젊고 의욕에 찬 현지 딜러를 대상으로 철저한 서비스 교육을 했다. 정 회장은 2006년 28만 대에 이어 2007년 31만 대의 판매량을 목표로 잡았다.

여세를 몰아 2010년에는 40만 대를 돌파하겠다고 자신한다. 인도 전역에 400여 개 정비망도 구축했다. 정비 공장이 없으면 딜러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딜러점은 계속 늘어 2006년 말 현재 200개에 달한다.

2006년 2월 인도 공장을 방문했을 때 정 회장은 “인도 내수 시장 2위에 만족하지 말고 수출의 전진기지가 될 인도 공장의 최고 품질 수준을 확보하라”고 주문했다. 9월 인도 총리에게 그는 “제2공장 건설과 함께 인도 자동차산업 수준을 한 단계 높여줄 연구개발(R&D) 센터를 짓겠다”고 약속했다.

미국·호주를 ‘안마당으로’

현대차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 호주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현대차 호주법인은 해마다 두 자릿수 성장을 거듭하며 2005년에는 4만8010대를 판매하는 기염을 토했다. 호주는 현지 생산법인이 있는 국가를 제외한 현대의 수출 시장에서 캐나다에 이어 2위로 뛰어올랐다.

딜러를 확대하고 정비 네트워크를 구축한 정책이 주효한 것이다. 안전성을 대폭 보강한 겟츠(클릭)·투싼 등의 신모델을 대거 투입한 것도 효과가 컸다. 이와 함께 호주축구협회(ASA)를 후원하는 등 스포츠 마케팅을 통한 적극적인 판촉 활동도 호응을 얻었다.

정 회장은 2007년 7만 대, 2010년 10만 대를 판매해 호주 내 수입차 판매 1위를 달성한다는 야심이다. 2년 연속 판매신장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기아차도 카니발과 리오의 성공적인 정착으로 2007년 4만 대 판매를 목표로 잡고 있다.

현대차는 2005년 연산 30만 대 규모의 미국 앨라배마 공장을 완공했다. 정 회장은 이곳을 중대형차 중심의 공장으로 키우고 있다. 그는 2009년까지 30만 대 규모로 생산을 늘려갈 계획이다. 이 공장은 단순 조립공장이 아닌 자동차 제작·조립의 전 과정과 각종 테스트를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종합 공장이다.

앨라배마 공장만 2500여 명, 함께 진출한 12개 부품업체에서도 4000명 이상의 고용 효과를 가져왔다. 현재 앨라배마 공장은 가동률이 75%를 웃돌며 순항 중이다. 2006년 11월까지 쏘나타 13만9000대를 판매했고, 미국 전략 차종인 신형 싼타페는 매달 5000대 이상의 판매량을 올리고 있다. 정 회장은 2009년까지 쏘나타·싼타페 후속 모델을 30만 대 생산할 계획이다.

제2공장 완공 앞둔 중국

현대차는 중국 정부를 설득해 2002년 베이징현대기차를 출범시켰다. 중국 심장부인 베이징에 생산 거점을 확보해 중국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정 회장의 강력한 의지에 따른 것이었다. 이 공장은 중국 진출 1년5개월 만에 10만 대 생산을 돌파했다.

베이징현대기차는 2005년 중국 시장 4위로 수직 상승하는 놀라운 실적을 거뒀다. 2008년 올림픽을 앞둔 베이징시는 택시 표준 사양을 EF쏘나타로 선정하고, 관용 차량을 아우디 대신 다이너스티로 채택했다. 정 회장은 100만 평 부지에 6억 달러를 투입해 30만 대 규모의 제2공장을 신설해 총 60만 대 생산체제를 확보할 계획이다. 그는 제2공장 건설을 2007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정 회장의 계획대로 되면 베이징현대기차는 중국 3위로 등극하게 된다. 정 회장은 최신 모델을 계속 투입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요에 대응할 생각이다. 그는 품질과 정비 부문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모든 대리점이 판매·정비·부품·고객관리 정보 시스템을 완비토록 했다. 중국 자동차 수요는 연간 10%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정 회장은 2008년 60만 대 판매를 목표로 잡았다.

이임광 객원기자

정 회장이 2007년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가장 주목하는 곳은 인도일 것이다. 현재 인도산 현대차의 수출 비중은 35~40%선. 정 회장은 이를 50%까지 높여 유럽·중동·중남미로의 수출 전진기지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중국·미국·터키와 함께 글로벌 생산체제의 핵심 축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인도 : 연간 30만 대 생산해 中·美·터키 잇는 수출 기지로
미국 : 앨라배마 공장 호조세, 중대형차 중심으로 라인업
호주 : 연 두 자릿수 성장하는 ‘뜨는 시장’, 판매망 확대할 것
중국 : 2005년 중국 내 4위, 제2 공장 지으면서 60만 대 체제로

[4대 그룹총수 新세계지도] ① 삼성 이건희 회장
‘창조경영’ 화두로 제시… 글로벌 전략 지침은 새 수요 찾는 것

[4대 그룹총수 新세계지도] ② 현대車 정몽구 회장
전 세계 발로 뛰며 품질 챙겨… 경쟁력 강화로 환율 위기 극복

[4대 그룹총수 新세계지도] ③ LG 구본무 회장
글로벌 시장은 ‘일등 LG’ 지름길… 잠재력 있는 시장에 주력

[4대 그룹총수 新세계지도] ④ SK 최태원 회장
임직원 30% ‘글로벌 상비군’으로… 수출 기업으로 대변신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