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잡음 일단 진화/노­YS 주례회동 무슨얘기 오갔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계파 초월한 당내결속 “조율”/노 대통령 「공정한 관리자」입장 강조/민주계의 「보장」요구 계속… 재연소지
박철언장관의 월계수회 고문직 사퇴 사건등으로 부각됐던 민자당내의 대권후보경쟁은 노태우 대통령과 김영삼 대표의 11일 청와대 회동으로 일단 가닥이 잡히게 됐다.
이날 노­김간에는 박장관 사퇴와 관련한 속깊은 얘기들이 오가고 두사람 사이에도 이심전심의 교감이 있었지 않았느냐는 추측들이어서 당분간 대권경쟁과 관련한 잡음은 수그러들게 했는데 민정계의 세대교체론과 민주계의 당권장악론도 주춤한 상태가 됐다.
○…11일 오후 4시30분부터 1시간여 계속된 노­김 주례회동 후 청와대측은 『앞으로 당의 단합을 해치는 일체의 언동은 없을 것』이라며 전례없이 자신있는 태도를 보여 후계구도를 둘러싼 정리작업이 어느정도 이뤄졌음을 시사.
공식발표 문안만으로는 김대표가 노대통령으로부터 심한 질책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데도 회동이 화기애애하게 진행된 것은 그만한 보장이 수반됐기 때문이 아니냐는 것.
여권의 고위 소식통은 노대통령이 ▲6·29선언은 민주개혁을 하겠다는 자신의 정치적 소신이며 ▲박철언장관의 월계수회 고문직 사퇴등 일련의 조치도 6·29정신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하고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며 ▲불필요한 억측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 행간에 대통령의 모든 의지가 응축돼있다고 설명했는데 노대통령의 소신이란 차기대권문제에서 친·인척과 군출신 인사는 우선적으로 배제돼야 한다는 점.
이 소식통은 그럼에도 김대표가 더이상 「딴 행동」을 하고 나선다면 달리 취할 방도가 없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김대표도 충분히 납득할만한 여건이 이뤄졌기 때문에 그럴리가 없었다고 부연.
다른 소식통은 주례회동에서 전례없이 정무관련 비서관을 불러들여 원만한 회동진행을 확인시킨 것도 음미할 부분이라고 했다.
김대표가 공연한 의구심속에 파쟁만 일으킬게 아니라 이러한 분위기를 근거로 나머지 민정계를 포용하는등 보완하는 노력을 벌여야한다는 점을 강조했을 것이라는 것.
즉 김대표가 민정계를 포용하느냐의 여부에 따라 모든게 결판날 것임을 확실히 했으며,노대통령 자신은 공정한 관리자의 입장을 취하겠다는 점을 김대표에게 알렸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노대통령은 특히 5공시절 2인자로서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2인자의 처신 어려움과 후계자는 전임자의 퇴임 1년전쯤 부각되는게 바람직하다는 선정시기의 적절함에 대해 부담없이 얘기했다는 후문.
○…김영삼 대표의 민주계는 이날 주례 청와대회동으로 양김씨의 대구회동 파문과 박철언 체육청소년부장관의 정치적 실각을 계기로 세력재편의 격랑에 휩싸였던 당내분위기가 일단 정리된 것으로 보이고 있다.
1시간5분동안 계속된 이날 회동에서 노대통령은 김대표에게 박장관의 월계수회 고문직 사퇴가 『박장관에게 쏠리는 당내외 비난의 화살을 막아주기 위해 잠시 피신시킨 것』이 아니라 『김대표의 뜻대로 당을 운영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려는 가지치기였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것이다.
또한 박장관의 「후퇴」이후 급격히 결속움직임을 보였던 민정계 중진들의 중진협의체 구성도 노대통령의 당의 단합을 거듭 강조함으로써 구체적인 형태로 나타나지 않은채 잠복할 수 밖에 없어 김대표의 정치행보는 한결 가벼워졌다는 주장이다.
청와대회동을 마치고 밤늦게 상도동자택에 돌아온 김대표는 『청와대가 「6·29정신의 연장선상에서 액면 그대로 이해해달라」고 했다는데 그 뜻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차기엔 친·인척과 군출신 인사를 배제한다는 뜻』이라고 서슴없이 밝힌 것은 이날 회동에서 대권과 관련한 깊숙한 얘기가 오갔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란 주장이다.
김대표는 청와대측의 이런 의중을 사전에 여러 루트를 통해 감지,조기전당대회 소집과 후계구도 조기가시화를 주장하는 민주계내 최형우·박관용·강삼재·서청원·최기선 의원 등과 만나 당분간 자제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은 광역의회선거가 끝날때까지는 김대표의 뜻에 따르겠지만 그 이후에는 분명히 김대표 중심의 당운영이 보장돼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노­YS 합의에 따른 민자당내 계파휴전상태가 얼마나 지속될지 관심이다.<김현일·김두우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