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교역 두 주인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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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천지무역상사/쌀 북송 중계 계기로 설립된 기독교계 회사
남북한 직교역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만들어낸 천지무역상사(회장 유상렬)는 설립된지 1백여일밖에 되지않은 신생 소규모 무역업체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 벽산빌딩(신축중)옆 5층 건물 1층에 천지항공여행사와 사무실을 함께 쓰고 있는 천지무역상사는 직원도 6명일 뿐더러 아직까지 단한건의 무역거래실적조차 없다.
로얄생수라는 합작회사의 생수수출을 위해 지난해 11월24일 설립됐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지만 일부에서는 한국기독교 남북교류추진협의회 회장이기도한 유회장이 지난해 사랑의 쌀 보내기운동에 참여하면서 남북한 직교역에 착안,회사를 설립했다고 보고 있다.
유회장은 북한측에 「사랑의 쌀」을 보내면서 북측의 금강산국제무역개발회사 관계자들에게 남북간 물자교역의사를 타진했고 그동안 정부승인아래 일본·중동 등지에서 북측 관계자들과 접촉을 해왔다.
유회장은 천지무역 외에 천지항공여행사와 한국교회신문사·크리스천라이프지의 발행인도 겸임하고 있는데 회사측의 매출규모등 경영실적에 대해서는 일체 함구하고 있다.
다만 현재의 동자동 건물이 유회장 개인소유이고 곧 있으면 신축벽산빌딩의 한층 전체를 빌려 입주할 계획으로 있는등 별로 수익성있는 사업을 하지 않았음에도 상당한 재력을 갖고 있다.
회사관계자는 『유회장이 경기도 일산의 공원묘지를 운영하고 있는데 공원묘업이라는 것이 상당한 수익을 가져다주는 부동산업이기 때문에 유회장이 재산을 모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유회장은 10일에 이어 11일에도 회사에 출근하지 않으며 일체의 언론접촉을 거부하고 있는데 회사측은 『언론에 너무 알려질 경우 회사업무에 지장이 있다』고 설명했다.<이연홍기자>
◎금강산무역공사/합작형식 빌린 북한회사… 재미교포가 총수
금강산국제무역개발공사는 북한의 금강산개발회사가 재미교포 박경윤씨의 일본 고려교역주식회사와 합작해 만든 민간 유한책임회사라고 당국은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박씨와 북한과의 밀접한 관계로 봐서 일본에 기반이 있는 기업과 북한기업이 국제합작을 한 것이 아니라 사실상 북한의 자본으로 설립된 일본회사와 북한과의 합작으로 보여 북한이 1백% 투자한 기업인 셈.
설립연도는 88년 9월18일,주소는 평양시 중구역 경임동,주요사업은 국제관광 및 무역업이다.
이 회사는 「중외여행사」「금강산국제항공회사」 등 방계회사를 거느린 금강산국제그룹의 한 회사이며 총사장 즉 그룹대표는 박경윤씨,사장은 박종근씨가 각각 맡고 있다.
북경과 홍콩 등지에 해외지사를 두고 있으며 지난해 7월 한국기독교계가 「사랑의 쌀」 8백t을 북한에 보낼때 중계역할을 담당함으로써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당시 금강산무역개발회사보다 더 관심을 끈 대목이 그룹총수격인 박경윤씨.
충북 청주가 고향이며 87년 사별한 남편 재일동포 박노택씨(71세로 사망)의 묘소가 청주에 있다는 정도의 정보밖에 없어 박씨가 언제부터 어떻게 북한에 접근,합작사업을 벌일 정도까지 북측과 가까워질 수 있었는가가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박씨는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본지특파원에게 『58년 미국으로 건너가 오클라호마대(경영학 전공)를 졸업,줄곧 미 로스앤젤레스지역에서 사업해왔다』며 『금강산국제무역개발회사는 지난 88년 노대통령의 7·7선언이 계기가 되어 만들었다』고만 말했다.
박씨 주변에서는 박씨가 남편인 재일동포 재력가 박씨의 유산을 밑천으로 LA에 정착,지난 몇년간 각종 북한관련사업을 벌여온 것으로 전하고 있다.<안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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