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의 시대' 182+2 청와대 쇼크] 국회·검찰 첫 법리대결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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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과 검찰의 반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 특검'을 거세게 밀어붙이고 있다.

이번 특검 법안은 1차 관문인 국회를 뚫긴 했지만 넘어야 할 벽이 남아 있다. 우선 대통령 거부권이 도사리고 있다. 게다가 전혀 예기치 못한 검찰의 반대란 복병이 나타났다.

검찰은 특검법이 발효되면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거나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우에 따라선 특검 수사를 둘러싼 국회와 검찰의 법리 대결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

검찰의 반대 여부와는 상관없이 국회를 통과한 특검법안은 일단 정부로 넘어간다. 대통령은 15일 이내에 특검법안을 공포해야 한다. 단, 불만이 있으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이 재의결에 필요한 숫자(과반수 출석에 3분의 2 이상 찬성)의 찬성을 받아놓은 상태여서 거부권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 변수가 작동하는 것은 이때부터다. 특검법 공포 후 검찰이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을 제기하느냐에 따라 향후 일정은 달라진다. 먼저 검찰이 특검을 막지 않으면 대통령은 대한변협이 추천한 2명 중에서 특검을 낙점해야 한다.

특검 선발에 최장 15일, 수사 준비에 20일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특검 수사는 대략 12월 중.하순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사는 60일간 진행하고 1차에 한해 30일간 연장할 수 있다.

이 일정이면 내년 2월 중.하순에 1차 수사가, 3월 중.하순엔 연장 수사가 끝나게 된다. 내년 4.15 총선 직전이다. 특검 조사 결과는 총선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검찰이 이의를 제기하며 가처분 소송 등을 낼 경우 헌재의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특검 수사 일정은 순연된다. 헌재가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최종 판단에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이때는 특검도 특검이지만 국회와 검찰의 충돌로 검찰총장의 국회 출석이나, 감독권을 가진 법무부 장관의 해임 건의가 추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주변에서는 "과거에도 유사한 상황에서 특검이 추진된 일이 있었으나 당시 검찰은 이 같은 방법으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거나, "국민 대표인 국회의 의결에 이 같은 방법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입법부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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