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는 향일성이라 볕이 없으면 죽게 됩니다. 옮겨 심어서 적응하는데도 까다로운 나무죠. 소나무 밑에는 다른 나무들이 쉽게 자라지 못합니다. 그 밑자리에서 참나무는 이를 악물고 자라나 드디어는 소나무보다 키가 더 커져서는 소나무를 죽게 한답니다. 그렇게 확보한 자리가 영원할 줄 알았는데 응달에서 잘 자라는 특성이 있는 서어나무는 참나무의 밑에서 굳세게 자라나 이제 모든 나무들의 위에 서게 된 것입니다.
야, 저기 서어나무다! 자원봉사자 누가 소리를 지르자 다 큰 어른 학생들은 어디 어디 하며 다들 다가가 탄성을 지르며 만져보고 안아보고 난리입니다. 그늘에서 자라났지만 설움과 소외를 견디고 당당하게 나무의 제왕이 된 서어나무가 은근히 자랑스러웠던 것이지요. 햇빛에 대한 그리움이 그늘을 만들고 그늘은 시들지 않는 위대함을 만듭니다.
<전각=정병례, 글="시인" 이지엽>전각=정병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