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개그우먼 이영자 "따뜻한 프로 하고 싶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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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동안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최화정 언니가 제일 부러웠어요. 매일 같이 세상의 두 시간을 그 언니가 빼앗아 갖고 있다고 느꼈으니까요. 우리가 잊고 사는 작은 것까지 찾아서 맛을 느끼며 사는 모습도 부러웠고…. 나도 저렇게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죠. 그래서 KBS 해피 FM(106.1MHz)의 '이영자.이창명의 싱싱한 12시'(낮 12시15분~1시55분) DJ 자리를 주저없이 맡았어요."

지난달부터 개그맨 이창명과 함께 '싱싱한 12시'DJ를 맡고 있는 개그우먼 이영자(35)씨를 만났다. '다이어트 파동'으로 방송을 떠났다가 지난 7월 '해결! 돈이 보인다'(SBS)로 본격적인 방송 복귀를 했지만, 녹화가 아니라 매일 생방송으로 팬들과 직접 맞닥뜨리는 DJ일은 그에겐 방송 복귀만큼이나 의미있는 일이다. 그간 안티 팬의 비난에 방송 복귀가 수차례 좌절된 경험도 그를 조심스럽게 만들었다.

"라디오에 대한 동경 때문에 일단 시작은 했는데 또 안티 팬이 나서지 않을까 내심 걱정도 했다"며 운을 뗀 이영자는 청취자 대부분이 386세대 이상의 어른들이라 그런지 나를 따뜻하게 받아준다"며 안도했다.

방송사 개편 때마다 라디오 DJ자리는 물론 연예인이 등장하는 각종 연예오락 TV 프로그램에 캐스팅 제의를 받지만 그가 선택한 프로그램은 '해결! 돈이 보인다'와 '싱싱한 12시'가 전부다. 두 프로그램 모두 10대보다는 30.40대, 그것도 양지보다는 음지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방송이다.

이영자는 "지금은 화려한 버라이어티쇼 같은 오락 프로보다는 이런 따뜻한 프로가 좋다"면서 "전엔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앞만 보고 달렸는데 이젠 이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겠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방송을 좀 쉬더니 이영자가 정신적으로 성숙해졌다"는 이종만 부주간의 말에 이창명씨는 농담처럼 "예전에 들은 얘기가 있어 겁먹었는데 만나보니 천상 여자더라"면서 "편하게 호흡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자는 미국의 인기 TV시리즈물 '섹스&시티'처럼 30대 중반 여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시트콤을 준비하느라 요즘 밤마다 연습 중이다. 벌써 일년 전부터 준비해 온 이 시트콤은 내년에 만날 수 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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