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3기 지하차도/재원·기술 뒷받침 잘될까/서울시건설계획 문제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예산 40% 외채로… 시 빚더미 앉을 판/차도 환기시설·진입 경사로등 난점
서울시가 4일 대통령 연두순시에서 보고한 「교통난 해결대책」은 일단 획기적 내용이다. 그러나 한쪽에선 현실을 외면한 급조된 작품이란 평도 함께 받고 있다.
지하차도의 경우 일부 관계자까지 『머리 속에서나 가능한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우리 여건이나 기술수준에 적합지 않으며,3기 지하철건설도 「달리는 빚더미」위에 또다시 엄청난 빚을 얹어놓는 무리한 계획이란 지적이다.
특히 전혀 예정에 없던 두 거창한(?) 사업은 타당성 검토나 여론수렴절차는 고사하고 시장의 지시에 따라 내부제동 없이 한달만에 전격 결정된 것으로 알려져 그 실현가능성 보다는 광역의회선거 등을 앞둔 선거용 정책이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와 전문가들을 통해 이들 두 사업의 문제점을 집약해본다.
◇재원조달=두 사업 모두 재원조달이 불투명하고 엄청난 돈을 쓰게돼 결국 시민의 세부담으로 돌아가게 될 전망.
시는 3기 지하철 건설사업비 4조6천억원과 지하도로건설비 2조4천억원 등 7조원의 예산중 40%인 2조8천억원을 외채로 충당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지하철의 경우 25%인 1조1천5백억원을 정부로부터 보조받고 나머지 1조6천억원은 시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나 지난해 정부측이 2기 지하철 건설비의 25% 지원약속을 하고도 이의 이행보장을 미뤄 연말까지 착공이 미뤄지는 등 난항을 겪은 선례가 있어 정부지원은 현재로선 낙관할 수 없는 상태.
이 경우 외채규모도 커져 1,2,3기 지하철과 지하도로 건설로 인한 시의 총 채무액은 8조원으로 커지게 돼 자그마치 91년도 서울시 예산총액의 두배 가까이 되는 셈.
특히 부채의 이자만도 연 6천억원이나 될 전망이어서 결국 「무일푼」으로 3기 지하철을 서둘러 건설하려는 것은 의욕만 앞선 무리라는 지적이다.
한편 지하차도를 터널굴착공법(TBM) 방식으로 건설할 경우 공사비가 지하철 건설비와 맞먹는 ㎞당 4백억원이 소요돼 투자효과 측면에선 대중교통수단인 지하철건설이 우선돼야 한다는게 일반적 견해다.
◇기술적 문제=시 관계자나 전문가들은 지하도로의 경우 특히 환기시설에 기술적 어려움이 많아 현재 구상중인 4차선의 경우 ㎞당 1개씩의 대형 환기시설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구상중인 강제배출식(Zet­Fan식) 시설은 지하도로의 위쪽 지상에 2∼3층 건물크기의 기계설비가 들어서야 하기 때문에 이를 설치하기 위해선 우선 막대한 토지보상비와 주변국민들의 집단민원 등 장애를 겪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지하 30m에서 지상으로 나가는 접속램프(통로)가 10도 이하의 경사를 유지해야 하며 따라서 3백m의 경사로가 필요하고 경사로의 경우 터널식공법이 아닌 개착식(Open­Cut)으로 공사를 할 수 밖에 없어 특히 도심지역에서는 공사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공사는 세계적으로 선례가 없다는 것도 큰 부담이 되는 부분.
현재 지하차도 건설을 계획중인 파리시의 경우도 86년 계획에 착수,5년만에 기본설계(노선확정등)가 끝났으나 민자유치계획에 따라 참여키로 한 4대 자동차 메이커들조차 타당성과 경제성을 확정짓지 못해 실시 설계를 미루고 있는 상태다.
◇교통체계상 문제=지금까지는 차량의 도심진입을 막기 위한 ▲도심통행료 부과 ▲출근시차제 ▲부제운행 ▲주·정차 단속 등 제도를 일관되게 추진해온 것이 서울시의 방침이었다.
그러나 이 계획에서 외곽에서 논스톱으로 도심진입을 가능케할 수 있다는 소통상의 장점은 도심 유입차량을 크게 늘게해 결국 지상 도심의 교통마비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
또 도로확장 등으로 교통여건이 개선될 경우 일정기간이 지나면 새로운 교통유발로 인해 원래의 수준으로 돌아간다는 일반적 원리를 적용할 경우 무려 2조4천억원이란 거액을 들여 일시적 소통편의를 꾀할 만큼 타당성이 있느냐는 의구심이 전문가들 사이에 거론되고 있다.
결국 악화되는 교통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기업 본사등 교통유발요인이 큰 시설들의 외곽 이전 ▲장기적 인구분산 등 교통외적인 정책개발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김석현기자>
◇1,2,3기 지하철의 비교
1기 2기 3기
노선 1,2,3, 2,3,4,호선 9,10,11
4호선 연장 및 5,6 호선
,7,8호선
공사기간 71·8 89·12 94∼99
∼85·10 ∼96·12
길이(㎞) 118 160 120
하루수송인구(만명) 463 1,629 2,300
수송분담률(%) 18 50 75
사업비(원) 3조 6조5천억 4조6천억
외채규모(원) 2조1천억 2조1천억 1조8천억
시민1인당채무액 21만원 42만원 60만원
누계(이자제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