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킥 달인 천수형 잘생겼어요 ㅋ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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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왜소한 체구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 당차게 그라운드를 질주하는 모습이 좋았기 때문일까. 준혁이는 축구선수 중 이천수를 가장 좋아한다. “천수 형이 뭐든지 잘하지만 그 중에서도 프리킥을 차는 모습이 너무 멋져요.”

“천수 형을 보고 싶다”는 그의 바람을 아시안게임을 마치고 돌아온 이천수에게 전했다. 아시안게임에서 기대 이하의 성과를 거둔 데다 1년 내내 쉬지 않고 달려온 피로가 누적돼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있던 터였지만 이천수는 준혁이와의 만남을 흔쾌히 반겼다. 준혁이는 대표팀의 산실 파주 트레이닝센터에서 지난 22일 이천수와 만났다.

미리 약속한 것도 아닌데 두 사람은 맞춰 입은 것처럼 노란색 파커를 입고 있었다. “천수 형을 실제로 보니까 아주 잘생긴 것 같아요.” 준혁이는 이천수가 잠시 운동화로 신발을 갈아 신는 사이에 쑥스럽게 말했다.

준혁이가 이천수와 만나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은 프리킥 비법을 알아내는 것. 주장에서도 물러났지만 활발한 준혁이는 대신 축구팀 코치의 역할을 도맡아 하고 있다. 이천수는 “아무에게도 안가르쳐 주는 비법이지만 준혁이에게만 특별히 알려주겠다”며 자세히 지도했다.

“준혁아. 좋은 프리킥은 높이 날아가다가 뚝 떨어지면서 골대 구석으로 들어가야 돼.” 이천수가 직접 시범을 보였다. 하늘로 솟구치는 듯하다가 회전이 걸려 골대 구석을 파고들자 준혁이는 탄성을 자아냈다. 브라운관 속에서만 보았던 천수 형이 직접 프리킥 차는 것을 바로 옆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하는 눈빛이었다.

이천수는 토고전에서 프리킥 골을 넣은 이야기도 해주었다. “어디로 찰 것인지 상대가 방향을 예측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중요해. 마치 다른 쪽으로 찰 것처럼 하면서 반대쪽으로 차면 상대가 쉬운 공도 막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토고전도 그것이 맞아떨어진거야.”

“형은 학교 다닐 때 축구부 주장을 한 번도 못했는데 준혁이는 주장까지 했으니 형보다 더 낫다”고 머리를 쓰다듬어 준 이천수는 정신력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형은 어릴 적에 또래 선수보다 머리 하나씩은 적었어. 몸 싸움을 하면 툭툭 튕겨져 나가기 일쑤였어. 그럴수록 지기 싫어하면서 더 끈질기게 상대와 몸 싸움을 적극적으로 했어. 준혁이도 열심히 하면 충분히 할 수 있어.”

이천수는 준혁이에게 사인볼을 선물로 주었다. “팀에서 함께 쓰는 공은 있지만 집에서 혼자 쓰는 공이 없다”며 “크리스마스 선물로 공과 축구화를 가지고 싶다”던 준혁이의 작은 소망이 이뤄진 것.

“준혁아. 내년에 경기할 때 형이 프리킥으로 골을 터트리면 친구들에게 나는 저거 어떻게 차는지 알고 있다고 자랑해. 그리고 한 순간의 프리킥골을 넣기 위해서는 남이 안 보는 곳에서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말고.” 때로는 열정을 참지 못하고 그라운드에서 말썽을 빚기도 하는 다혈질인 이천수. 어린이를 대하는 태도에서는 그 열정이 너무도 아름답게 느껴졌다.

일간스포츠 이해준 기자 [hjlee@ilgan.co.kr]
사진=양광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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