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금리에 반영할 비용을 대출금리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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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상승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은행들이 가산금리까지 인상하고 나섰다. 가산금리 인상은 은행권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은행들은 가산금리 인상에 대해 주택담보대출 리스크관리 강화, 지급준비율 인상에 따라 조달비용 상승 등의 이유를 붙이고 있지만 같은 금융권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예금금리에 반영해야 할 비용을 대출금리에 전가시키고 있다는 것.

26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이날부터 주택담보대출의 가산금리를 각각 0.1%포인트, 0.15%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따라 이들 은행의 이번주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주에 비해 각각 0.16%포인트, 0.22%포인트 급등했다. 가산금리 인상에 지난주 CD금리 상승분이 일시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우리은행도 같은 조치를 검토하고 있어 가산금리 인상은 타행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은행들이 가산금리 인상의 배경으로 내세운 것은 지준율 인상과 주택담보대출 리스크관리 강화 등이다. 국민은행은 "지준율 인상 등 원가 상승요인을 반영하고 주택가격 변동에 대비한 리스크관리 강화 차원에서 기본금리를 인상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은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리스크 증가에 적절히 대응하고 마진확보를 위해 가산금리를 인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지준율 인상에 따른 원가 상승요인을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반영시키는 것이 적절한 조치인지에 대한 의문이 나오고 있다. 지준율 인상은 예금 측면에서 발생한 비용이기 때문에 예금금리를 낮춰야할 부분이지 대출금리를 인상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

지준율이 인상되면 은행이 예금으로 받은 금액 중 한국은행에 예치해야 되는 금액이 늘어나 대출에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들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예금고객들에게 그만큼 이자를 낮춰야 하는 요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준율 인상은 원칙적으로 대출금리 인상이 아니라 예금금리 인하로 반영해야 한다"며 "예금고객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대출고객에게 전가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원화예금과 외화예금에 대해 모두 지급준비율을 인상했지만 이에 대해 은행들은 이중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외화예금 금리는 일제히 인하했지만 원화예금 금리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은행 관계자는 "지준율 인상의 대상이 된 원화요구불예금의 경우 금리가 연 0.1% 정도에 불과해 추가적으로 금리를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최근 증권사의 CMA 서비스가 은행의 요구불예금 시장을 급속히 잠식하고 있는 것도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낮추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결국 원화예금 금리는 낮추기 어렵기 때문에 대출금리에 반영시켰다는 얘기다.

하지만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예금금리를 낮추거나 대출금리를 올리는 것이 결국 같은 효과를 낼지 모르지만 예금고객과 대출고객이 동일하지 않다는 점에서 대출고객이 부당하게 추가적인 이자를 내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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