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감시」목청 아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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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시국 사건이 있을 때마다 성명을 내고 기도회, 법회 등을 열어 경각심을 주어왔던 종교계가 두산 전자 페놀 유출 사건으로 환경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데도 침묵을 지키고 있어 종교의 사회적 역할이 충실히 이루어지지 못함을 보여주고 있다.
개신교연합기구로서 한국반핵반공해평화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개신교계는 그러나 이번 두산 사태와 관련하여 한국 기독교 교회 협의회(KNCC)의 성명이 없을 만큼 대응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또 지난해 세계 대회를 서울에서 열고 환경 문제를 강조했던 장로 교회도 교단적 발언이 없다. 세계 성체 대회를 열어 환경 문제를 주제로 다루었던 가롤릭도 마찬가지로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기독교계는 창조계의 일체성을 강조해왔다. 자연과 인간을 분리된 객체로 보지 않고 똑같은 피조물로 보아 조화와 공존을 이상으로 삼아 왔다. 그래서「창조 질서의 보전」을 교회가 해내고 감시해야할 중요한 일로 꼽아왔다.
KNCC의 한 관계자는 『공해 추방 운동 연합회 같은 단체가 태동될 때는 기독교계의 적극 참여가 있었다』고 전제하면서 『그러나 현재 개신교계가 환경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활동을 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환경 문제에 대한 연구가 부족, 교단적으로 전문성을 확보한 기구가 없고 따라서 환경 문제를 종교운동으로까지 확대해 나갈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교회 차원에서는 세계 교회 협의회 (WCC)회의 때마다 환경 문제가 중요 의제로 부각되고 있다. FNCC 관계자는 『환경은 곧 인류의 생존과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종교로서는 큰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말하고 『앞으로 교단적 관심이 자연히 기울여지게 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산사가 많음으로 해서 일찍부터 자연 보호 운동을 퍼왔던 불교계는 그러나 산림 훼손 등 지엽적인 문제에만 머물렀고 총체적 환경 보호를 위한 노력은 하지 못하고 있다. 또 교단 내에 환경 문제를 다루는 기구도 없다.
조계종 총무원 장제원 사회 부장 스님은 『곧 국립 공원 주지 회의를 가져 환경 문제를 논의하고 법문을 통해 신도들에게 환경보호를 강조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제원 스님은 『물소리·바람소리·돌 하나에서도 대법문을 듣는다고 할만큼 자연을 생명체로 보고 보호하는 것이 불교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그러나 스님들이 직접 강으로 나가 수질을 조사하고 문제를 제기할 만큼 대중 불교적 자세를 가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임을 밝혔다.
증산도 전국 청년 연합회가「낙동강 페놀 오염 및 팔당 상수원 오염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성명서를 낸 것은 종교계의 이 문제에 대한 관심 표명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성명서는 『공존·공멸이 걸린 환경 문제에 대해 국민이 참여하는 환경 감시 체제를 확립하고 폐수 오염 업체에 대한 공개 관리를 이루기 위한 정책 의지를 보이라』고 당국에 촉구했다. <임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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