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업계 자제해야 한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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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아파트 분양가의 인상을 둘러싸고 정부와 주택건설업계가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아파트 분양가는 기존의 주택가격과 전세,그리고 경제전반에 미치는 엄청난 파급효과 때문에 그 인상폭과 인상시기는 온 국민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한국주택사업협회 소속의 건설업체들이 지난 27일 긴급모임의 결의형식으로 요구한 내용은 16%의 분양가 인상과 공사기간중의 노임 및 자재비 상승분 반영으로 되어 있다.
작년 한햇동안 우리가 겪었던 건설 인력난과 건축자재의 부족,그로 인한 노임과 자재비의 급등이 건설업계에 안겨준 막대한 원가부담을 생각하면 건설업계의 자구책 마련과 분양가 인상 주장의 동기 자체는 십분 이해할만 하다고 본다.
시장원리만을 따르자면 가격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매개로 공급을 늘려 아파트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이 원리가 주택수급의 조절기능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는데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같은 큰 원칙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당장 아파트 분양가의 대폭 인상을 수용하기 어려운 경제·사회 전반의 어려운 사정을 도외시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주택건설업계의 요구대로 분양가를 인상할 경우 눈 앞에 다가온 이사철의 집값과 전세값에 어떤 영향이 미칠 것이며 또 그것이 산업계 전반의 임금협상에 얼마나 큰 충격을 줄 것인가를 심각하게 헤아려 봐야 한다. 이미 2월의 도시지역 주택가격 동향은 1월보다 큰폭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 경제의 현안으로 부각되어 있는 임금­물가의 악순환이 되풀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임금과 물가의 양쪽에서 그 인상요인을 부분적으로 반영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자제력을 발휘해야 한다. 따라서 아파트 분양가 인상에 있어서도 인상요인의 일정부분을 건설업체가 흡수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작년 건설업의 대호황으로 급신장한 매출과 급증한 순이익을 생산성 향상을 위한 투자증대에 쓴다면 원가압박의 일부는 자체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건설업을 포함한 산업전반에서 제품가격의 인상을 자제하지 않는 한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인상 자제요구는 설득력을 잃게 된다.
아파트 분양가의 인상 시기와 인상폭 문제말고도 인상 요구방식에 있어서 이번의 업계결의는 바람직스럽지 못한 일면을 드러내고 있다. 보도된 대로라면 요구관철을 위해 건설을 중단하겠다고 한 강경방침은 문제의 순리적인 해결을 오히려 어렵게 할 우려가 있다. 그같은 집단행동은 국민들의 눈에 자칫 기업들에 의한 신종 집단이기주의의 표출로 비쳐지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
주택의 원활한 공급을 갈망하는 수많은 수요자들에게 건설업계가 주택건설 중단의 으름장을 집단으로 내놓는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우리는 혹시라도 건설중단 결의가 국민들 사이에 감정적 파문을 일으키는 일이 없도록 업계의 자중을 당부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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