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하루' 26억원 가장 비싼 여행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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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인류 최초의 우주관광객 데니스 티토.

한국인 최초 우주인은 가장 비싼 우주여행을 할 것 같다. 하루 여행 경비가 자그마치 26억원이나 들기 때문이다. 과기부는 한 명의 우주인을 국제우주정거장에 올라갔다 오게 하는 데 드는 총비용을 약 260억원(정부 예산 210억원, 주관 방송사 50억원 부담)으로 잡고 있다. 그중 약 2000만 달러(약 200억원)를 러시아에 준다. 소유스 우주선 탑승과 훈련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다. 나머지는 우주인 선발과 관리 등에 들어간다. 우주여행 기간은 우주인이 국제우주정거장을 왕복하고 거기서 생활하는 기간을 합해 10일이다. 총비용을 우주여행 기간으로 나누면 하루에 26억원의 비용이 든다.

한국에서 이런 특이하고 비싼 여행을 하는 사람은 당분간 나오기 어려울 전망이다. 러시아에 주는 경비는 그동안 민간 우주 관광객들이 낸 돈을 기준으로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첫 민간 관광객인 미국인 데니스 티토가 2000만 달러를 낸 이후 이 비용이 러시아 소유스호를 타고 가는 우주여행 비용의 공정가격처럼 굳어졌다. 이후 역시 러시아 소유스호를 타고 우주여행을 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마크 셔틀워스도 2000만 달러를, 이란 여성인 아누셰 안사리는 1900만 달러를 냈다. 안사리는 여행 뒤 910만 달러를 추가로 기부하기도 했다.

한국 우주인은 이들처럼 단순 관광객은 아니다. 과기부는 "러시아가 우주 관광객 차원에서 우리나라 우주인을 받아줬는지는 몰라도 우리나라로서는 과학 홍보대사로 활용하기 위해 막대한 국가 예산을 들여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과기부는 단순 관광객과 차별화하기 위해 과학실험 등 '우주 이벤트'를 마련했다. 한국 우주인은 교육용 과학실험에서부터 첨단 반도체 성능 시험, 우주 환경에서 씨앗의 변화 등 18가지의 과학실험을 수행할 예정이다. 과기부 이상목 기초연구국장은 "우주 환경에서 인체 변화에 대한 각종 자료는 우주인을 보내지 않는 나라는 확보하기 어렵다"며 "이런 자료를 공개하는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과기부는 이번 기회를 통해 우주인의 혈액, 심전도 등 각종 신체 반응 등과 관련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과기부는 우주인 선발 과정을 통해 지금까지의 언론 보도를 종합한 결과 약 130억원의 과학 홍보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추산했다. 과기부는 앞으로 최종 우주인 후보 2명이 러시아에서 훈련하고, 우주를 갔다 온 뒤 활동하면 정부가 들인 비용보다 훨씬 더 많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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