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미국 취업 길 넓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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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여경순(26)씨는 2003년 간호대학을 졸업하며 간호사 면허를 취득했다. 졸업 후 여기저기 취업문을 두드렸지만 국내에서 괜찮은 직장을 얻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고민하던 여씨는 미국으로 눈을 돌렸다. 지난해 3월에는 미국 간호사 자격증도 땄다.

여씨는 이어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추진하던 '한국 간호사 미국 병원 유급 인턴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1만 명의 간호사를 미국 병원에 인턴으로 취업하도록 한 뒤 일정 기간 근무하면 영주권을 받도록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미국 국무부가 올 6월 인턴비자(J1) 개정 법안을 의회에 냈다. 토플 성적이 550점은 돼야 비자를 준다는 것이 골자다. 여씨는 지금 영어공부에 매달리고 있다. 그는 "미국은 간호사 부족 현상이 심하고 병원의 근무환경도 좋은 편이어서 계속 두드려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는 여씨처럼 고생하지 않아도 한국 간호사의 미국 병원 취업 길이 넓어질 전망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국내 간호사 미국 취업 방안'을 마련해 내년부터 시행키로 했다고 20일 밝혔다.

이에 따르면 내년부터 국내 간호대학을 졸업한 뒤 취업을 못하고 있는 간호사를 미국 4년제 간호대학에 1년간 취업연수를 보내기로 했다. 미국 뉴욕시립간호대학, 캘리포니아 올리 네임스대학과 이런 연수 프로그램을 시행키로 최근 합의했다.

내년에는 100~200명에게 연수 기회를 부여하고 2008년부터는 500명씩 보낼 예정이다. 연수 비용 중 절반 정도는 정부가 지원한다. 연수를 마치면 미국간호학사 학위를 취득하게 되고, 미국 취업비자를 받을 때 보는 영어시험이 면제된다. 연수가 끝나면 곧바로 현지 병원에 취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산업인력공단은 또 국립의료원 간호대학 등에 뉴욕시립간호대학 사이버 강좌를 개설키로 했다. 뉴욕간호대학 강사진이 온라인을 통해 동영상으로 강의를 하는 방식이다. 1년간 이 강좌를 듣고 학점을 따면 미국 간호학사 학위를 받게 되고, 취업비자를 받을 때 역시 별도의 영어시험을 보지 않아도 된다.

산업인력공단 권영선 차장은 "J1비자 개정 법안이 통과될 경우 현실적으로 우리 간호사들이 미국정부가 원하는 정도의 토플 성적을 단기간에 얻기가 쉽지 않다"며 "이 때문에 실무영어를 배우면서 동시에 미국 학위를 취득하도록 하는 대안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간호협회는 국내 간호사 자격증 소지자 22만5385명 가운데 36.8%인 7만5362명이 직장이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들 가운데 68%는 재취업을 원하고 있으며, 84.6%는 취업을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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