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낙관론의 함정(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2·4분기 이후의 국내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정부에 의해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최각규 부총리는 20일 기자간담회에서 4월부터 우리 경제는 수출이 늘어 국제수지가 균형을 유지하고 물가도 국제원유가 하락으로 안정을 되찾는 등 어려운 국면을 벗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부총리는 2월 취임초에도 비관적 분위기에 젖어 있던 경제계에 낙관론을 제시함으로써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우리는 최부총리의 이같은 낙관적 견해가 그럴만한 근거가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걸프전의 종결로 국제유가에 대한 불안이 해소되고 이에 따른 선진국경제의 호전 가능성,중동특수에 대한 기대 등으로 적어도 국제수지나 물가에 대한 해외여건이 크게 밝아진 것만은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자리에서 정부가 가지고 있는 낙관론에 가려진 함정과 문제점도 적지 않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걱정스러운 것은 정부의 이같은 잇단 낙관적 견해표명이 모처럼 국민들 사이에 일고 있는 과소비풍조에 대한 반성과 근검절약 분위기를 해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그러지 않아도 걸프전 종전과 함께 외식산업이 다시 활기를 띠는등 국내의 내핍분위기가 가시고 있다는 보도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는 판이다. 여기에 정부가 부채질을 하는 결과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은 낙관론이 근거로 삼고 있는 대외여건의 변화가 가져올 효과의 한계와 한시성의 문제다.
잘 알다시피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의 본질은 임금구조가 저임시대에서 고임시대로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술수준이나 산업구조가 이같은 변화에 적응할 태세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내부구조 조정의 지연에 있다.
더욱이 그동안의 물가상승으로 올봄의 노사현장은 결코 낙관을 불허하는 불안정한 상황이다. 노동쟁의신고가 지난해에 비해 40%이상 늘었다는 것은 우리의 내부여건이 호전되기는 커녕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정부는 산업경쟁력 강화,노사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강화키로 하고 있으나 그 성과는 아직 미지수다.
오히려 사회간접시설의 확충,인력난 등 당장 손을 보아야 할 정책과제들은 안정기반의 구축,근로자복지 향상 등 다른 정책과제들과의 충돌로 정책결정에 혼란을 가져오고 있고 대외여건도 걸프전 이후 가중되는 해외개방압력등 어두운 측면이 없지 않다.
지방자치제 의원선거등으로 밝은 측면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는 정부의 입장을 모르는 바 아니다. 경제의 분석·전망 등은 국민에게 지나친 기대감을 주는 일이 없도록 신중을 기해야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