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특수 미「70년대 재판」꿈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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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미국은 요즘 중동 복구사업에 따른 특수가 앞으로 수년간 건설·엔지니어링 업계에 호황을 불러오리란 기대에 차 있다.
지난 70년대 같은 황금시절은 다시 오지 않겠지만 적어도「당시를 회상케 할 만한」규모의 경기가 90년대에 다시 일게 된다는 기대다.
더욱이 쿠웨이트가 복구사업의 상당부분을 미국 몫으로 주겠다고 공언하고 있어 기대감은 더 크다.
복구비용이 얼마나 될지 아직 정확한 추계는 없지만 쿠웨이트 정부의 복구계획 자문역할을 하는 세계은행 고위급 인사인 알 술탄 씨는 전쟁이전 상태로 원상 회복하는데 약4백50억 달러가 들것으로 보고 있다.
1천억 달러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전망만은 못해도 4백50억 달러는 영·불 해저터널 공사비의 3배에 이르는 막대한 규모다.
알 술탄 씨는 약탈된 재화가 2백억 달러, 시설 파괴가 2백5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잡았다.
이라크는 점령기간 중 10억 달러의 금괴와 10억 달러의 외화, 20억 달러의 귀금속과 보석 류를 약탈해 갔고 50만대의 차량과 15대의 제트기에서 컴퓨터·맨홀뚜껑에 이르기까지 휩쓸어 갔는데 이를 모두 합친 것이 2백억 달러에 이른다는 것.
또 유정과 정유시설, 송유관 등 석유산업 파괴가 1백억 달러며 건물·도로 등의 피해규모도 1백50억 달러에 이른다.
쿠웨이트정부는 복구계획을 2단계로 나누고 있다. 첫 단계는 종전 후 90일간의 응급 복구단계. 이 기간 중에는 식량과 의약품 구입, 전력복구 등에 10억 달러가 책정돼 있다. 쿠웨이트정부는 이미 8억 달러 상당의 2백50가지 계약을 마쳤거나 마무리중인데 이중 70%는 미국에 돌아갔다.
둘째 단계는 최소한 앞으로 5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이는 재건단계다.
우선 급한 것 중 하나가 전체(1천3백 개)중 거의 절반이 불타고 있는 유정복구.
쿠웨이트 정부는 이들 유정의 불을 끄고 재생산 채비를 갖추는 데만 10억 달러가 들것으로 보고 있다. 쿠웨이트 정부는 이미 미국의 4개 전문회사와 계약을 맺었는데 5백 개 정도의 유정불길을 모두 잡는데 5년은 걸릴 것이란 추산이었다.
또 미국의 벡텔사는 송유관·저유 시설을 포함한 원유 생산 설비 복구계약을 맺었으며 드레서인더스트리는 콤프레서·밸브·펌프 등 석유채굴 장비 등의 주문이 쏟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쿠웨이트 뿐 아니라 사우디도 앞으로 5년간 원유생산 능력 확충에 3백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인데 이미 5개의 대형계약 중 4개는 플루어 사를 포함한 미국기업에 돌아갔다.
사우디는 원유생산뿐 아니라 석유 정제시설 확충에도 추가로 수십 억 달러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전후 복구사업으로 최대규모가 될 곳은 물론 이라크다. 이번 전쟁에서 이라크내의 석유정제시설은 80%가 파괴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쿠웨이트·사우디와는 달리 이라크는 자금이 문제로 적어도 5백억 달러로 예상되는 보상금을 물도록 돼 있는 데다 이미 안고 있는 부채만도 9백억 달러에 달한다.
이라크는 전쟁이전 원유판매로 연간 2백억 달러의 수입을 올렸었는데 UN이 배상을 촉구하고 이를 위해 원유수입의 일정비율을 떼 줄 것을 요구해 볼 경우 자력갱생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만 이처럼 막대한 외채와 전쟁 배상금이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일반적 인식이어서 후세인 정권의 퇴진이 결부돼 있기는 하지만 대규모 탕감과 복구지원이 기대되는 측면에 기대를 걸고 있다.
중동특수의 규모는 이라크의 복구사업이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따라 크게 좌우되겠지만 세계 건설업계에 70년대에 버금가는 호경기가 올 것이란 점은 분명하고 그 몫은 미국을 최우선순위로 해 전쟁에 적극 참가한 영국과 프랑스가 대부분 차지하리란 예상을 할 수 있다.

<박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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