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미술의 흐름 살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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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한국현대미술의 맥락을 살펴볼 수 있는 3개의 뜻깊은 전시회가 나란히 열려 주목된다.
현대화랑이 개관21주년 기념으로 15∼30일 여는「현대미술 25인전」과 한원갤러리가 개관기념으로 l7일까지 열고있는「한국현대미술의 한국성 모색전」, 그리고 정송갤러리에서 14∼23일 열리는「최영림 흑색시대전」등.
이 전시회에는 한국현대미술의 여명기인 30년대 이후 최근에 이르기까지 현대미술을 주도해온 대표적 작가들의 작품이 대거 내걸려 미술사적인 의의가 짚은 기획전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이인성·김환기·남관·최영림씨등 작고작가들의 미발표작도 상당수 선보인다.
현대화랑이 기획한「현대미술 25인전」은 그 동안 현대화랑에서 개인전을 열었던 작가들 가운데 비구상계열의작가로 꾸며진다.
현대화랑은 지난70년 4월4일「현대화랑개관 기념전」으로 문을 연 이래 개인전·기획전 등 2백여 차례의 전시회를 열어온 국내의 대표적 화랑이다. 국내의 내로라하는 대표적 작가들이 대부분 이 화랑을 거쳐갔다.
현대화랑은 이번 전시회에 이어 내년에는 박수근·이중섭·도상봉·장욱진·임직순씨 등 구상계열의 작가들로 같은 성격의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이번「현대미술 25인전」에는 김환기·이응노·남관·곽인식·하린두·최욱경씨등 작고작가 6명을 포함해 한묵·유영국·이성자·이준·유경채·김영주·이세득씨등 25명의60∼90년대 대표작 2∼3점씩이 유족과 작가들의 선택에 의해 출품된다.
이 작가들은 60년대 이후 꽃핀 현대미술운동, 특히 모더니즘운동을 주도해 오늘날의 젊은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김환기씨의 65년작『아침의 메아리』, 남관씨의 64년 작『태고상』등 미 발표작들이 새로 발굴돼 공개되며 몇몇 작가들은 이번 전시회를 위해 새 작품을 제작하기도 했다.
특히 세계적 비디오작가 백남준씨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한국』『보기·보이스』등2점의 부조작품을 처음 선보여 주목된다.
지난달 21일 문을 연 한원갤러리(588-5642)가 마련한「한국현대미술의 한국성 모색전」은 「한국현대미술의 여명기」라는 부제처럼 대표적 작가 30명의 30∼60년대 작품 69점이 내 걸렸다.
이 전시회는 작고 및 현존작가들의 초창기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음으로써 현대미술태동기의 주요 작품들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평가되고 있다.
출품작들은 대부분이 유족 및 개인 소장가들과 화랑·미술관들이 보관해오던 작품이며 좀처럼 감상할 기회가 없었던 것들로 모두 비매품들이다.
이인성씨의 30년 대작『정물』은 그 동안 수십년 동안 한 개인이 비장해오던 작품으로 이번에 처음 공개됐다.
한원갤러리는 기획시리즈의 제1부인 이 전시회에 이어 제2부(60∼70년대)와 제3부(70∼80년대)도 같은 성격의 전시회로 잇따라 열 예정이다.
한편 지난85년 70세를 일기로 타계한「토속적 세화작가」최영림씨의 6주기 추모전「최영림 흑색시대전」(783-2444)에는 최씨의 50년대 작품 30여 점이 내 걸린다.
50년대를 통해 최씨는 전쟁으로 인한 인간의 상처와 비극을 검은색의 거친 필선으로 표현,「흑색시대」로 불렸었다.
이 시기는 향토적 관능이 어우러지는「세화시대」를 예고하는 고통의 시기로 최씨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분수령을 이룬다. <이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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