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수비' 칸나바로 FIFA 올해의 선수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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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 올해의 선수’ 트로피를 든 칸나바로가 뿌듯한 미소를 짓고 있다.[취리히 로이터=연합뉴스]

디에고 마라도나의 경기에서 볼보이를 하며 꿈을 키운 소년이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로 우뚝 섰다. 이탈리아 대표팀 주장 파비오 칸나바로(33.레알 마드리드)가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로 선정됐다.

칸나바로는 19일(한국시간) 스위스 취리히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FIFA 월드플레이어 갈라 2006' 행사에서 전 세계 165개국 축구 대표팀 감독과 주장의 투표 결과 498점을 얻어 지네딘 지단(프랑스.454점)을 제치고 영예를 차지했다. 수비수가 올해의 선수에 뽑힌 것은 이 상이 제정된 1991년 이후 처음이다.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태어난 칸나바로는 여덟 살 때 나폴리 유소년팀에서 축구를 시작했다. 당시 나폴리 프로축구단은 수퍼 스타 마라도나를 앞세워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다. 칸나바로는 성인 팀 볼보이를 하면서 마라도나와 함께 나폴리의 전성기를 이끈 수비수 치로 페라라에게 큰 영향을 받았다. 그는 "페라라를 보면서 공의 방향을 읽고 위치를 선점하는 법, 태클의 노하우 등을 배웠다"고 회고했다.

'세계 최고의 수비수'도 시련기를 거쳤다. 지금도 수비수로는 작은 1m75㎝지만 어릴 때는 더욱 왜소했다. 나폴리 14세팀 코치는 칸나바로에 대해 "키가 작고, 등도 굽고, 특기가 없어 축구선수로 성장할지 의문"이라며 방출을 주장하기도 했다.

칸나바로는 놀라운 점프력과 위치 선정으로 단신의 불리함을 커버한다. 면도날처럼 예리한 태클과 지능적인 커버 플레이는 "역시 칸나바로"라는 탄성을 불러일으킨다. 칸나바로는 2006 독일 월드컵에서 골키퍼 부폰과 함께 7경기에 풀타임으로 뛰며 이탈리아의 우승을 이끌었다. 이탈리아는 7게임에서 두 골을 내줬지만 자책골과 페널티킥이었다.

칸나바로는 독일 월드컵 최우수선수(골든볼)가 유력했다. 하지만 결승전에서 '박치기 사건'으로 퇴장당한 지단에게 동정표가 몰리면서 지단(2012점)에게 간발의 차로 뒤진 1977점으로 실버볼을 받았다. 하지만 FIFA 올해의 선수 투표에서는 지단을 2위로 밀어냈다. 그는 "믿어지지 않는다. 모든 영광을 이탈리아 축구에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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