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여성전담 창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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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여성만으로 업무를 수행하는「여성전담창구」가 차츰 늘어가고 있다. 일부은행·전화국·경찰서 등 이 선보이고 있는 이 여성전담 창구는 아직 시범단계를 벗어나기 못하고 있지만 그 성과에 따라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여성전담창구가 첫선을 보인 것은 작년 7월16일 광주은행의 광주상공회의소 출장소에서. 이 출장소는 여성전담점포를 개설, 소장을 비롯해 중간관리자·행원·서무 원·청원경찰까지 전원 여성으로 구성, 은행업무를 담당케 했다.
그후 한국외환은행이 작년11월말 서울 구의 동 현대아파트 3단지 상가에 개설한 구의 현대아파트 출장소를 여성전담 점포로 발족시켰다.
올해 들어서도 한국통신이 지난 2월부터 서울 신사전화국에 여성전담 운용 창구를 개설, 영업부 전체를 여성인력으로 조직해 업무를 수행토록 하고 있으며, 전남도경도 역시 2월부터 여성상담실을 설치해 여성 경찰이 이를 맡고 있다.
이처럼 여성전담 창구가 속속 생겨나고 있는 것은 사회전반에 걸쳐 여성들의 입지가 강화되는 추세인데다 고객차원에서의 여성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 이에 대한 접근이 필요해진 때문. 여기에「결혼=퇴직」이었던 여성들의 직업 관이「평생 직장으로 변하면서 조직 내에서 고급 여성인력을 활용해야 할 필요성이 생겨난 것도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이환 한국통신 신사 전화국장은『지금까지 남성들이 맡아 오던 주 업무를 여성들끼리 전담, 처리토록 한 것은 회사전체가 추구하고 있는 개혁의 한 표징』임을 전제하고『한국통신의 경우 약 1만3천명에 달하는 여직원의 대부분이 교환 직 이지만 통신기술의 발달로 이에 대한 수요는 감퇴되고 있어 업무전환을 통한 여성인력활용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들 여성전담 창구의 성과는 대체로 당초의 기대를 웃돌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 외환은 구의 출장소의 경우 3개월만에 2천7백 계좌 개설에 총 수신 액이 52억 원에 달하고 있으며, 광주은 광주상의 출장소는 현재 3천5백 계좌에 총 수신액이 25억원에 이르고 있다.
심성숙 광주은 상의출장소장은『여성전담 점포로 변경된 후 그전에 비해 계좌수의 경우 약4분의 1이, 수신 액은 약3분의 1정도가 늘어났다』고 밝히고『주택가에 위치하고는 있으나 주변에 다른 은행들이 많아 어려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지역에 사는 여성들까지 이곳을 통해 통장개설을 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해준 덕택』이라고 말했다,
여성전담 창구에 대한 이용객들의 반응도 대체로 좋은 편.
이영자 신사 전화국 영업부장은『한달 동안 전화가입 관련업무·영업 마키팅 등 영업전반 6천3백건, 요금수납 업무 3만9천5백 건, 민원봉사업무 4만7천7백 건 등을 해냈으나 이용객의 불만신고가 별로 없는 것을 볼 때 어느 정도 성과가 있다는 감이 든다』고 말했다.
광주은 심 소장도『여성자영업자 사업자금지원(1년 대출·최고 2천만원)·미혼여성결혼자금지원(2년 대출·최고5백 만원)등 여성전담 점포만의 고유상품도 개발돼 있는 데다 같은 여성이라는 점에서 대출에 대한 의논도 손쉬워「은행문턱이 낮아졌다」고 반가워한다』고 전했다.
이화여대 장필화 교수(여성학)는『여성인력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일단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고『그러나 이 제도가 기왕의 조직 내에서 남성과 통합돼 있는 다른 여성인력을 배척하는 기회는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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