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불개입」 왜 안지키나/전영기 정치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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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평민당은 지난 9일 수서규탄 보라매 집회가 다른 대중집회때와는 달리 5만여명 밖에 안되는 청중속에서 치러졌으나 「일단 성공」으로 평가하고 선거기간중 수서규탄 전국순회집회를 계속 갖기로 했다.
계획상으로는 당초 생각했던 30여회 집회를 20회 미만으로 축소조정해 대중동원 어려움과 민자당의 「김빼기 작전」,정부의 강력대응,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고려한 흔적이 보인다.
민주당 이기택 총재도 서울을 비롯한 6대도시·중소도시 등을 돌아다니며 비호남 유일야당의 바람을 수서를 통해 일으켜 기초의회선거의 필승계획을 수립했다.
이같은 야당의 바람몰이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시각이 엇갈려 있다.
왜 정당이 간여하느냐는 것과 정당개입 배제는 잘못된 것이라는 반박이 그치지 않고 그 끝없는 논쟁의 발 아래는 휴지조각처럼 구겨진 「지방의회 선거법」만 남아있을 뿐이다.
평민당은 11일부터는 아예 정당개입이 적법하다는 논리를 들고 나왔다.
법에 당원표방,당원단합대회가 모두 허용돼 있는데 왜 정당개입이 안되느냐는 것이다.
정당개입 논쟁의 와중에서 김대중 총재는 『여권내 공안세력이 오도된 여론을 조장하고 있다』며 『우리당이 선거에 참여치 않으면 졸부·이권업자들이 기초의원에 대거 당선될 것』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정당추천 후보자와 무소속 후보자 사이에 어느쪽이 더 정치오염에 찌들 가능성이 많을까.
선관위 직원도 아닌 내무부 직원 1만명을 풀어 위법을 감시하는 것이나,매일 하다시피 하는 검찰·경찰의 선거관계 회의는 지방선거가 축제는 커녕 살벌한 공포분위기속에서 치러지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 여당의 공명선거 외침이 의심받는 것은 사실이나 정당개입 배제가 다수의 바람이라는 사실도 무시할 수 없다. 여론은 이미 의원 뇌물외유,수서를 통해 여야 가릴 것 없이 「정당혐오증」에 걸려있는 것이다.
결국 선거에 관계하는 모든 정치 집단들이 「최선」일 수 없음이 판명된 이상 차선의 「법준수」만이라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행 선거법이 어정쩡하긴 하지만 그 법 역시 자기들이 만든 법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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