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후세인」소요/미 “좋지만 않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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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급진회교세력 시아파 주도에 골치/이란과 손잡으면 지역정세 또 불안/후세인 처리 묘수없어 갈팡질팡
이라크내에 반사담 후세인 소요가 점차 확대되면서 미국은 이 소요를 어떻게 취급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이미 오래전부터 공공연하게 이라크 국민과 군부에 후세인을 타도할 것을 촉구해온 것으로 볼 때 이라크내 반정부 소요는 어떻게 보면 미국의 희망과 맞아떨어지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반정부 소요를 주도하고 있는 세력이 미국이 달갑게 생각지 않는 회교극렬파인 시아파인데 미국의 고민이 있는 것이다.
미국은 이라크내의 소요가 인접한 이란 정부의 지원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면서 이 소요가 성공해 급진회교국가 이라크의 중동지역내 영향력이 확대될 경우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라크내에는 1천7백여만명의 국민중 쿠르드족은 10∼15%정도이지만 나머지 80여%의 회교도중 후세인 지지세력은 수니파 45%이고 회교도의 55%나 되는 시아파들이 쿠르드족과 마찬가지로 반후세인 선두에 서있는 것이다.
이미 라프산자니 이란 대통령은 후세인의 퇴진을 촉구한바 있듯이 이라크에서의 반정부 데모가 성공할 경우 이 정부는 이란의 영향권에 들어갈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될 경우 걸프지역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하는 친서방 회교국가와 이란·이라크의 반서방 급진회교국으로 나뉘어 후세인이 이 지역을 위협했던 것 이상으로 지역정세가 불안해질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라크반군의 지도자인 시아파의 모하메드 알 하킴이 미국을 포함,유엔 안보리 등에 후세인의 대량학살을 저지해주도록 호소하고 있다.
피츠워터 백악관 대변인은 그러나 『우리는 이라크내의 국내문제에 개입할 의사가 없다』는 말로 미국이 이라크 반정부소요를 도울 의사가 없음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미국의 한 관리는 『앞으로 어떻게 행동을 할지 전혀 예측하기 어려운 회교급진파 지도자보다는 오히려 길들여진 후세인을 다루기가 더 편하다』고 미국의 입장을 요약하고 있다.
미국이 무방비의 바그다드를 1백50여㎞ 앞에 놓고도 공격중지를 선언한 것은 미국이 의도적으로 후세인의 축출에 개입할 경우 아랍권내의 반발이 일어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미국으로서는 후세인이 물러나되 회교급진파가 아닌 후세인과 같은 세력이자 사우디 등과도 종교적으로 맥을 같이하는 온건파인 수니파에 의해 대체되기를 희망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라크의 현실은 엉뚱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미국이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후세인이 반군진압을 위해 어느 정도의 무력을 사용하는 것까지 용인해야 할지 판단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회교급진파의 대두를 막아내자니 후세인의 진압을 용인해야 하고,그러자니 후세인의 무력이 다시 강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후세인이 반군 진압을 위해 동원하고 있는 탱크나 장갑차 등을 볼 때 이라크의 군사력이 미국이 평가했던 것처럼 그렇게 형편없이 몰락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후세인이 반군 진압을 위해 화학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한 상황을 두고본다는 입장인 것 같다.
미국은 후세인이 화학무기까지 사용하는데도 방관할 경우 미국의 속셈이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는 판단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하면 공습을 재개하겠다는 엄포를 놓고 있는 것이다.
후세인 처리에 묘수가 없는 이러한 미묘한 상황 때문에 미 정계 일부에서는 결국 걸프전이 또다시 일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론까지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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