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TV공개토론 용의/김대중총재 「수서폭로」 요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수서사건은 6공 최대의 비리사건이다. 여기에는 청와대·정부·서울시·민자당이 전면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수백억의 정치자금이 그들의 손으로 들어갔다. 수서사건의 주범은 누구인가. 건설부·서울시·민자당은 공범에 불과하다. 국회 건설위원회는 송사리의 종범밖에 안된다. 청와대가 주범이다. 청와대의 고위 간부들­비서실장 이하 수석비서관들,또는 특별보좌관들이 거의 개입되어 있었다. 대통령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 우리는 여기서 참으로 놀라운 사실에 대한 정보를 밝히면서,이에 대한 관계기관의 즉각적인 수사를 촉구하는 바이다. 그것은 호텔신라에서 있은 모의에 관한 것이다. 우리의 정보에 의하면 지난 2월11일부터 2일동안 한보 정태수 회장은 호텔신라 특실에 투숙했었다. 방의 예약은 다른 기관에서 한 것이었다. 여기에 대검으로부터 수사관·계장·주임의 3인이 와서 감시를 했는데 검찰의 수사는 없었다. 그러나 정회장은 외부와 계속 전화연락을 했는데 그 외부는 청와대·안기부·검찰 그리고 자기회사 간부들로 알려져 있다. 수사의 방향과 내용에 대한 짜맞추기를 했던 것이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은 청와대 비서실의 고위직 인사가 이 호텔에 와서 별도의 방으로 정회장을 불러내 장시간 밀회를 했는데 다음과 같은 사실이 합의됐다고 한다.
그 비서실 고위직 인사와 정회장 사이에 합의된 것은 첫째,여야 정치인중 돈준 사람을 전부 대라. 그중 우리가 문제삼는 사람만 검찰조사때 뇌물준 것으로 진술해라. 둘째,청와대 관련은 장비서관 빼고는 일체 말하지 마라. 셋째 부도어음 막아주고 기업은 꼭 살려주겠다. 협력만 잘해라. 넷째,한보관계회사의 어떤 사람도 이 사건으로 인해 다치지 않도록 하겠다. 이 후반의 두 조건인 기업을 살려주고 부하직원을 안다치게 하겠다는 것은 지금까지 충실히 이행되고 있다. 또한 그 청와대 고위인사는 밖에서도 전화로 정회장과 계속 협의했다고 한다.
여기에는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인적 증거가 있다. 만일 국회에서 국조권을 발동하고 특검제를 세운다면 그 사람은 선서하고 증언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노대통령은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 검찰의 수사는 범죄수사가 아니라 은폐·축소·조작 등으로 일관했다. 왜 당정협의문서는 수사하지 않는가. 왜 민자당의 당시 정책위의장과 이동성 건설부국장과 대질신문을 하지않는가. 왜 한보의 장부를 조사하지 않는가. 왜 민자당 최고위원들을 수사하지 않는가. 왜 청와대 고위비서관과 보사관들을 형사입건하지 않는가.
노대통령은 법무장관·검찰총장·검찰의 수사팀을 전부 바꿔서 전면적으로 재수사를 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의 첫째 제안이다. 둘째로,그렇게 하지 못하겠으면 국회에서 국조권을 발동해 진상을 밝히는데 협력해야 한다. 특별검사제도를 수락해야 한다.
만일 이것도 수락하지 못하겠으면 제3의 방안으로 중간평가를 받아 국민에게 신임을 묻고 진퇴를 결정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13대국회는 스스로 해산하여,대통령과 같이 국민의 신임을 묻는 길을 택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나는 여기서 한가지 중요한 제안을 노대통령에게 하고자 한다. 그것은 대통령과 나 사이에 TV에서 공개토론을 하자는 것이다.
우리는 수서사건에 청와대가 분명히 개입됐다고 본다. 그러나 노태우 대통령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우리는 검찰수사결과를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 그러나 노태우 대통령은 이것이 정당하다고 보고 있다. 우리는 비자금이 청와대나 민자당에 들어갔다고 본다.
그러므로 노태우 대통령은 평민당 총재인 나와 같이 「수서문제에 대한 책임이 과연 어디에 있는가,오늘의 정치 잘못의 책임이 어디에 있는가,그리고 이러한 문제들의 해결책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TV를 통해 공개 토론하여 가부의 결판을 짓기를 제안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