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턱대고「명저」만 찾는 건 금물|참고서 고르기와 활용방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3월 새 학기 개학을 맞아 시내 유명 서점과 학교주변 책방에는 새 학습 부교재를 구입하려는 학생들로 붐비고 있다.
교과서나 학교 수업만으로는 충분한 학습효과를 거둘 수 없기 때문에 참고서·문제집·학습지 등 학습부교재에 학생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고도 자연스런 일이다.
그러나 저마다 최고의 교재임을 내세우며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는 학습부교재 가운데 어느 것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것인지 골라잡기란 상당히 어렵다. 90년 한해동안 시중에 나온 학습 부교재는 모두 4천7백79종에 9천1백41만9천8백84부로 전체 출판물 중 종 수로는 23%, 부수로는 70%에 이르는 막대한 양이다(대한출판문화 협회 집계).
고교생 상대의 학습부 교재만 해도 영어과목이 69개 출판사에서 2백41종, 수학과목이 36개 출판사에서 2백11종을 펴낼 만큼 다양하다(91년 3월 현재 학습자료협회 통계) .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에 따라『수학의 정석』등 과거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명저(?), 또는 선배·친구들이 많이 보는 것 등을 택하게 마련이나 그것이 자신의 실력이나 학습 습관에 걸맞은 것인지는 쉽게 가능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다행히 맞는 것을 선택했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활용할 줄 몰라 원하는 만큼의 학습효과를 보지 못하는 학생들도 많다. 좋은 교재라 해서 이것저것 사들여 마구잡이로 보거나, 이에 지나치게 의존해 교과서를 등한시하게 된다면 학습부교재는 오히려 독이 되고 만다.
고교생들을 중심으로 한 학습 부교재의 올바른 선택과 활용방법을 서울 휘문고 양원영 교사, 신림고 이철원 교사, 대성학원 김언기 교무부장 등의 도움말을 통해 알아본다.
◇올바른 선택=좋은 참고서는 교과서의 내용이 자세하게 해설되어 있고 과목에 대한 출제 경향 등 학습정보도 풍부하게 실려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만의 뚜렷한 기준을 세워 여기에 합당한지 여부를 따져 봐야 한다는 것이다.
참고서는 보통 ▲교과서의 학습과 병행해 모르는 부분을 보충하기 위한 것(예습·복습용)▲문제의 해결능력이나 응용 력을 실제 연습을 통하여 기르기 위한 것(연습용) ▲배운지 오래되어 기억이 흐리거나 체계적·계통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명백히 하기 위한 것(정리용)으로 나뉜다.
따라서 먼저 자기에게 필요한 참고서가 어떤 타입의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예습·복습용은 상세한 해설과 많은 힌트·참고 설명·충실한 예제가 수록되어 있는 두툼한 것이 좋고, 연습용은 좋은 문제가 많고 풀이 과정에 대한 해설이 자세하며 해법에 대한 힌트·테크닉까지 곁들인 것이 바람직스럽다.
또 정리용은 요점만 간추려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으면서 필수 암기사항·출제빈도가 높은 대목 등 이 강조되어 있는 것이 좋다.
보통 고교생들은 입시 일이 다가옴에 따라 예습·복습용→연습용→정리용으로 참고서를 바꿔 가며 공부하게 된다.
참고서를 선택할 때는 과목담당교사·선배 또는 친구들과 의논해「비교적 잘 만들어졌다」는 평을 듣는 몇 권을 구입 대상으로 정한 뒤 직접 서점에가 내용 등을 찬찬히 훑어보고 결정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때 고러해야 할 사항은 ▲기본개념 및 원리에 대한 설명이 충실한가 ▲필요이상으로 현학적이며 시시콜콜한 내용이 많이 들어 있지는 않은가 ▲가급적 교과서의 목차 순으로 되어 있는가 ▲활자크기는 적당하며 인쇄는 선명한가 ▲세 번 정도 반복해 공부할 수 있는 분량인가 ▲막히는 부분이 많지 않고 대체로 술술 넘어갈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인가 등 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과거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명저니까」「남들이 많이 보니까」「어려운 것으로 공부하면 아무래도 실력이 향상될 것 같아서」등의 이유로 자기 수준보다 높은 것을 고르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참고서는 어디까지나 교과내용의 이해를 돕는 보조 교재일 뿐이므로 참고서 공부가 또 하나의 무거운 부담이 되어서는 역효과가 나게 된다.
◇활용방법=학습 부교재는 과목에 따라 1∼2권만 갖고 있으면 충분하며 이것저것 들여다보면 오히려 혼란만 가중된다. 1, 2학년생의 경우 예습·복습용과 연습용을 병행하는 것까지는 괜찮지만 미리 정리용을 사 놓고 보는 것은 금물이다.
한 두 가지를 여러 차례 정독하면서「몇 페이지, 어떤 그림 밑에 무엇과 관련된 설명이 있었다」는 것을 떠올릴 정도까지 되어야 실제 시험 치르는 과정에서 기억을 되살리기 쉬워 도움이 된다.
참고서가 말 그대로 참고서로서 활용되지 않고 교과서 대용품처럼 돼 가는 현상도 경계해야 한다.
학생들 중에는 아예 교과서는 제쳐놓고 참고서만 들여다보는 경향도 있는데 참고서의 설명이 자세하다 해서 교과서를 통해 사고하고 탐구하는 과정을 소홀히 해서는 진짜 실력이 붙지 않는다.
「경제적」이란 이유로 교사의 설명을 바로 참고서에 옮겨 적는 학생도 없지 않은데 이것은 아주 나쁜 습관이다. <김동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