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 업계-판로 싸고 신구 업체 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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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삼성·현대그룹의 서해안 석유화학 콤비나트가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기존 업계도 이와 함께 신·증설을 서두르고 있어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치열한 신·구 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1차 제품인 에틸렌을 기준으로 할 때 현재 국내 생산 업체는 유공·대림산업 등 두곳 뿐으로 연간 1백15만t정도를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현대의 신규 참여와 함께 대한유화·호남석유 화학 등의 사업 확장 등으로 2년 뒤에는 에틸렌 생산 업체만 모두 8곳으로 늘게 되며 국내 생산량도 3백10여만t으로 3배 가까이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전세계의 에틸렌 생산 능력은 연간 6천만t 수준. 미국·일본·소련 등 3개국이 이중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고 우리는 13위에 머무르고 있으나 90년대 중반에는 10위권으로 진입하게 된다.
그러나 세계적인 시장 경쟁이 가속화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현재는 공급이 부족한 실정이지만 1∼2년 뒤부터는 공급 과잉 상태로 바뀔 전망이어서 신·구 업체 모두 시장 확보가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충남 서산군 대산면의 해안 지대에 야산 하나를 경계로 나란히 짓고있는 삼성·현대 콤비나트는 각각 올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이들 단지는 석유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원료로 에틸렌 생산에서 다시 이를 분해, 합성수지원료 등을 만드는 9개씩의 단위공장을 갖춘 일괄 생산 시스팀으로 건설되는 것이 특징.
각각 1백만평 안팎의 부지 가운데 절반 이상이 바다를 메운 것으로 벽해가 상전이 되고 있다.
투자 비용도 각각 1조2천억원 규모로 80년대 이후 민간 업계 최대 기록이 되고 있다.
삼성·현대는 특히 89년 말 착공 직후부터 공사 비용을 줄이고 시장을 선정하기 위해 공기를 최대한 단축시키려는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공정률은 삼성이 98%, 현대는 90%를 약간 웃도는 수준으로 삼성이 「간발의 차」로 앞서있는 상태.
삼성보다 3∼4개월 늦게 공장 건설에 나섰던 현대는 삼성과 동시 준공을 목표로 정주영 명예회장이 직접 현장에 수시로 내려와 막바지 공사를 독려하고 있다.
삼성도 강한 추진력으로 「불도저」라는 별명을 얻고 있는 성평건 사장이 현장에서 진두지휘를 하고 있다.
양사 모두 각종 회의는 야간에 하고 일요일에도 작업을 계속하는 강행군으로 「3년은 걸릴 것」이라는 업계의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초스피드 작업을 진행중이다.
이와 함께 삼성·현대보다 사업 승인을 일찍 받았으나 부지 매입 관계로 착공이 늦어졌던 럭키석유화학도 연내에 에틸렌 공장을 완공시킬 계획이고 대한유화·호남석유화학·한양화학 등도 올해 또는 내년까지 새 공장을 짓기로 해 2년 뒤에는 유공·대림산업 등 기존 업체를 포함, 기초원료인 에틸렌 생산 업체만 모두 8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업계는 이에 따라 최근 지방 영업망을 잇따라 확충하는 등 본격 판매 경쟁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민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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