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최우석칼럼

세 가지의 크게 오른 것과 떨어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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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첫째, 부동산 값이 크게 올랐다. 과거 1970년대 중동건설 붐 때와 80년대 올림픽 때도 많이 올랐지만 그땐 전반적 소득 증가의 뒷받침이 있었다. 이번엔 돈이 많이 풀린 데다 정부의 서툰 정책 때문에 생긴 거품적 요인이 많다. 부동산 값 상승은 양극화 심화 등 두고두고 상처를 남길 것이다. 거품이 빠지면서 생길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두 번째 많이 오른 것은 세금이다. 특히 부동산세 등 세금이 갑자기 늘어났기 때문에 더 무겁게 느껴진다. 거기다가 거둬들인 세금의 쓰임새를 보면 더 억울하다. 그러나 세금이 많아지면 납세자 의식도 높아져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데 기여할 점도 있을 것이다.

세 번째 많이 오른 것이 장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다. 북한의 핵실험도 있었지만 안보에 대한 불안, 체제에 대한 불안이 부쩍 높아졌다. 정말 나라가 괜찮은지 하는 근본적 걱정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위기의식도 높아지고 많은 사람이 행동에 나선 소득도 있다.

크게 떨어진 세 가지 중 첫째가 각종 권위다. 권위주의는 나쁘지만 권위는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나라의 체통이 서고 질서가 잡힌다. 그러나 우상 파괴하듯 각종 권위를 깨부수어 아래위가 없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물론 자초한 것도 많다. 가벼운 말 때문에, 또 염치없는 행동 때문에 스스로 무너뜨린 권위가 얼마나 많은가. 대통령을 비롯하여 대법원장.헌재소장.부총리.장관.공정위원장 등의 권위 실추는 정말 슬픈 일이다. 그 회복엔 오랜 시일이 걸리고 비싼 코스트를 치러야 할 것이다.

두 번째 떨어진 것이 공직 윤리다. 나랏돈으로 봉급을 받는다는 것은 긍지이기도 하지만 멍에이기도 하다. 그래서 자리에 맞는 권한과 책임이 따른다. 이번 론스타 사태는 갈 데까지 간 공직 윤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멀쩡한 외환은행을 담당 국장과 행장이 공모해 팔았다는 것인데 그걸 판 사람이나 그 감독자들이나, 또 그걸 밝혀낸 사정당국이나 비슷비슷하다. 그 과정이 너무 거칠고 명쾌하게 납득이 안 된다.

앞뒤가 맞으려면 그렇게 함부로 파는 것을 못 말린 감독 불충분에 대해 책임을 지든지 사실은 그게 아니라고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 급기야 새까만 부하로부터 질책성 공개 편지를 받아서는 높은 자리 값을 제대로 못하는 것이다. 앞으로 더한 복지부동(伏地不動)이 걱정된다.

세 번째로 나랏돈에 대한 공(公)개념이 너무 떨어졌다. 정부 예산은 먼저 본 사람이 임자란 말이 나올 정도다. 건국 이래 이렇게 호기롭게 정부 예산을 쓴 때가 있었을까. 세금을 거두면 되고 모자라면 빚 내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한쪽으론 정부 혁신을 외치면서 한쪽으론 기구와 사람을 마구 늘린다. 시장의 실패를 고친다면서 더 큰 정부의 실패를 서슴지 않는 것이다.

옛날 아주 어려울 때 적은 예산을 두고도 싸우는 걸 많이 봤다. 예산 담당자가 "당신 부처 사업 계획을 보니 내 돈 같으면 주고 싶다. 그러나 나랏돈이기 때문에 못 주겠다. 더 급한 데가 많다"고 말하는 걸 많이 들었다. 정부 돈을 손 크게 쓴 뒤끝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난 정부 부채다.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것이다.

세 가지 크게 올라간 것과 세 가지 크게 떨어진 것은 서로 밀접히 관련되고 어떤 것은 표리 관계다. 단발 처방으로 쉽게 고치기가 어렵게 되어 있다. 어떤 계기를 잡아 한꺼번에 선순환 구조로 바꿔 가야 한다. 그것이 진짜 개혁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더 악화나 시키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 연말을 맞은 바람이다.

최우석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