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소 기술 협력시대 "활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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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해부터 교류가 시작된 한 소 과학기술협력이 올해 들어 빠른 템포로 가시화되고 있다.
소련 측은 지난 1월 한 소정부간 과학기술회의를 통해 우리 측이 지난해 제시한 15개 공동연구과제에 대해 구체적 협력방법을 처음으로 통보해 왔다.
또 2월1일에는 창구역할을 담당할 「한소 과학기술협력센터」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안에 설치됐고 3월에는 제1차 한소 원자력공동조정위원회가, 5월에는 제1차 한소 과학기술공동위원회가 잇따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다.
한편 민간차원으로는 국내에서 지난 2월6일 한소 과학기술협정을 위한 연구소 및 기업인 협의회가 있었고 한소 과학기술협력 간담회가 2월26일 열린데 이어 오는 4일에는 녹색삶기술경제연구원(이사장 이상희) 주최의 한소 기술경제교류 심포지엄이 한국종합전시장 회의실에서 열린다.
또 우리정부가 소련에 상주 과학관을 파견하는 것을 비롯, 생산기술연구원이 모스크바에 사무소를, KIST가 소련과학아카데에 분원을, 한국기계연구소가 모스크바기계연구소에 분소를 설치할 것을 검토 중에 있다. 4∼5월에는 연구소와 산업계 공동의 과제별 전문가 단이 소련을 방문하고 7월부터는 본격적인 공동연구에 착수할 예정이다.
그러나 소련과의 기술협력에는 정보의 부족 등 현재로서는 위험부담이 없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고도의 전략을 내세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들도 나오고있다.
권오관 한소 과학기술협력센터장(기계공학)은 『서방선진국의 기술은 잘 갈고 다듬은 다이아몬드와 같다면 소련의 기술은 투박한 원석의 다이아몬드와 같다』고 비유하고 『지금까지의 턴키방식의 기술도입으로는 소련기술에의 접근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기술도입 후 국내에서 이를 모체로 자체연구개발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권 박사는 또 『기계분야의 총괄적 기술도입 요청은 군수산업과 관련돼있어 소련 측이 제공을 기피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핵심기술 단위별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건설중장비 기술의 경우 엔진과 관련기기, 동력 전달계통, 유압시스팀, 요소부품, 전장품 및 계기류 등으로 분류해 도입해야하며 이런 기술내용을 세부적으로 평가·분석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자력연구소 전풍일 박사는 『소련의 핵융합, 고속증식로, 입자가속기, 지역난방로, 핵물리학분야 기술은 구미 선진국 수준과 대등하고 우주선용 소형원자로 등 일부핵심기술분야는 세계최정상』이라고 밝히고 한꺼번에 모든 원자력기술에 접근하기보다 조기에 성과가 확실히 기대되는 분야부터 단계적으로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자력연구소는 오는 5월 소련 쿠르차토프 원자력연구소·물리동력공학연구소와 각각 협력협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의정서에 명기된 20개 과제 중 지역난방로·고속증식로 등 5개 분야부터 협력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희 전 과기처장관은 『소련과의 협력은 서방선진국의 기술보호주의를 우회적으로 접근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하고 『민간기업들의 과당경쟁 방지책, 정부와 기업의 역할분담, 특허권시비 등 위험부담 분산을 위한 제도적 장치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기업이 기술도입의사를 밝히고 있는 소련의기술내용으로는 ▲실리콘 카바이트를 이용한 가스터빈과 내연기관 구조물(현대자동차·쌍용중공업·삼성 항공 등)
▲탄소섬유직포(코오롱·한일합섬 등) ▲나일론계 수술용 봉합사(동양나일론) ▲천연석재 모방재료(제일모직) ▲레이저 원격조정 진동계(현대자동차·쌍용자동차) ▲마이크로 불(럭키·한국화이바 등) 등이 있다고 소개했다. <신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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