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의 무기는 어디로 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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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훗날 기약위해 어디엔가 숨겼다”는 추측에/“애초부터 없는 것 미국서 과장했다” 주장도
『세계 4대 군사대국 이라크의 무기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어떤 의미에서 전쟁이라고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일방적이었던 이번 걸프전 결과를 지켜본 많은 군사전문가들은 이같은 의문을 품고 있다.
28일 전황을 브리핑한 노먼 슈워츠코프 걸프 미군사령관도 이라크군 생포자와 탱크·야포·차량의 파괴숫자만 발표했을 뿐 그밖의 전과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면 이라크군의 초현대식 미사일·전폭기·헬기 등은 어떻게 된 것일까.
이라크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전투용 헬기 4백86대중 지금까지 단 8대가 파괴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트대전차미사일을 장착한 것으로 알려진 BO105­C·가젤·MI24등 헬기는 한번도 전투에 배치된 적이 없다.
이라크는 다국적군의 융단폭격에 시달리면서도 지대공미사일(SAM)을 거의 발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 CNN­TV등 TV매체를 통해 이라크에 대한 다국적군의 공습장면을 분석한 군사전문가들은 이라크가 대공포로만 대항했던 것으로 분석한다.
이라크가 수백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독·불 합작의 롤랑미사일이나 호크미사일(1백기),샘미사일(8백기)이 발사됐다면 다국적군의 피해가 훨씬 컸을 것이라는 것이 군사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이 뿐 아니라 엑조세·프로그·카이저·레이스 등 이라크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초정밀 첨단무기들은 제대로 사용해보지도 않은채 어디론가 사라진 것이다.
이라크가 1천3백대를 보유하고 있다는 항공기도 이란에 「불시착」한 1백40대와 다국적군에 의해 파괴된 5백여대를 제외한 나머지의 행방도 묘연하다.
특히 이번 전쟁기간 내내 다국적군이나 이스라엘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던 화학무기의 행방도 아리송하다.
이에 대해 군사전문가들은 두가지 방향으로 분석하고 있다.
첫째,후세인이 이들 무기들을 훗날을 위해 어디엔가 숨겨 놓았다는 것이다. 후세인이 쿠웨이트에서의 철수와 휴전에 동의한 것도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공화국수비대를 살리기 위한 것이며 이는 무기를 숨긴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둘째,이라크가 이러한 무기들을 실제로는 보유하지 않았었다는 분석이다.
프랑스군의 뒤푸르 대령은 최근 한 잡지에 기고한 글에서 이같이 주장하고,『이는 미국이 걸프전에서 대규모 병력과 장비를 투입한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날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세계 4위의 군사대국과 싸우고 있다는 인상을 전세계에 심어주기 위해 이처럼 이라크의 군사력을 과장했지만 이라크의 군사력은 이보다 훨씬 뒤지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중동지역에서 무관으로 근무한 적이 있어 중동국가의 군사문제에 정통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뒤푸르 대령은 지상전이 발발하자 『몇일내에 미국등 다국적군의 압승으로 끝날 것』이라는 정확한 예상을 했던 인물이다.
그는 『미국이 소련과 상대해 싸우는 식으로 대대적인 병력과 장비를 동원한 이번 전쟁에서 이란과 8년간이나 싸우면서도 승리하지 못했던 이라크가 이길 확률은 0%였다』고 밝히고 있다.
만약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미국의 이번 승리는 그리 자랑할 것도 못되는 것이다.<베를린=유재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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