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급한 불은 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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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자금난에 몰렸던 팬택계열이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산업은행 등 10개 채권 은행단은 15일 팬택과 팬택앤큐리텔에 대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이달 11일을 기준으로 최대 3개월간 자금회수를 늦춰 주기로 했고 수출신용장(LC) 은 이미 설정해 놓은 한도 안에서 다시 열어 주기로 했다. 그러나 워크아웃 기간 중 추가 자금지원은 하지 않는다.

은행 채권단은 이와 함께 이르면 다음주 중 자금관리단을 파견해 팬택계열의 자금을 공동관리키로 했고 실사기관을 선정해 회사의 경영상태를 정밀 진단하기로 했다. 이 과정을 거쳐 내년 1월 말까지 출자전환, 채무 재조정 등 구체적인 워크아웃 프로그램을 마련할 예정이다.

팬택이 경영 정상화의 첫발을 떼긴 했지만 넘어야 할 고개도 적잖다. 은행 채권단이 나서 급한 불은 껐으나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보유한 개인과 일반 법인 등이 발벗고 채권 회수에 나서면 워크아웃이 어긋날 수 있다. 이에 따라 팬택은 조만간 CP.회사채 보유자들을 소집해 이들의 동의를 직접 구할 예정이다.

증권가의 한 애널리스트는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라면 채무 상환 유예만으로도 팬택계열이 생존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부채 감축 등 재무 건전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대출금을 주식으로 바꾸는 출자전환 등으로 재무제표상의 부실을 떨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팬택앤큐리텔은 자본 잠식 상태며, 팬택 역시 올 연말 부채비율이 500~60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은행 채권단은 대주주인 박병엽 부회장의 경영권은 당분간 보장해 주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부회장이 갖고 있는 계열사 주식은 모두 은행에 담보로 들어가 있다.

팬택계열 관계자는 "박 부회장이 워크아웃에 들어가기 전에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주력회사에 대한 대주주 자격을 잃는 상황도 감수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며 "박 부회장은 경영정상화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렬.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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