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의장 "코페르니쿠스적 결단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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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은 15일 '반값 아파트' 방안을 사실상 확정지으려 했다. 이날 당 부동산대책특위 위원들과 권오규 경제부총리,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 등과 함께한 자리에서다. 현행 국민임대주택 방식에 환매 조건부.토지 임대부 주택 등 공공주택 방식을 추가한 법안을 제정키로 당내 의견도 모았다.

그러나 세 시간 가까운 회의 끝에 내린 결론은 분양가 상한제의 전면 실시다. 반값 아파트에 대해선 딱부러진 합의를 끌어내지 못했다. 정부가 신중론을 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박영선 특위 위원은 "정부도 공공주택 공급을 늘린다는 시각"이라며 "그러나 재원 등 (이견) 문제로 실시 시기 또는 전면 실시 여부는 추가로 논의키로 했다"고 전했다. 양측의 입장 차는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확인됐다. 김근태 당의장은 '주거기본권'이란 표현을 써가며 정부를 압박했다.

▶김 의장="(정부는) 대증요법으로 정책을 마련하는 데 일관해 왔다. 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이해한다. 그러나 코페르니쿠스적 결단이 필요하다. 주거기본권에 대한 인식과 합의가 있어야 한다."

▶이미경 특위위원장="그간 소비자의 이해가 무시된 측면이 많다. 지금까지와 달리 다양한 공공주택이 나와야 한다."

▶권 부총리="제대로 시장 관리를 못 한 데 대해 죄송하다. 귀와 마음을 열고 논의하겠다. 제도 개혁은 시장이 작동하고 재정 부담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실현 가능하다."

회의실 문을 걸어잠근 뒤엔 보다 분명한 주장이 오갔다는 게 여러 참석자의 전언이다.

▶권 부총리="재원이나 재정이 가능해야 한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재원 마련이 힘들다. 주공은 이미 연간 4조원 이상의 채권을 발행할 정도로 심한 자금 압박을 받고 있다. 정부가 땅을 사야 하는데 국유지도 별로 없다."

▶김 의장="싱가포르.암스테르담 등 (환매조건부) 모델이 있는데 심층적인 연구를 해 참고했으면 좋겠다."

▶권 부총리="(환매조건부의 경우) 분양가를 인하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또 (소비자가) 앞으로 얼마나 선호하게 될지도 문제다."

▶이 위원장, 이인영 위원="구체적 자료 없이 힘들다고 하니 답답하다. 재원 등 구체적인 시뮬레이션(모의실행) 자료를 다음 주까지 가져와라."

분양 원가 공개 부분 등에 대해서도 다양한 논의가 오갔다고 한다.

▶민병두 위원="전.월세 안정대책으로 계약자가 바뀌는 경우에도 (전.월세금을) 5% 이상 인상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집주인이 세입자를 바꿀 수 있는 사유도 법으로 규정해야 한다."

▶권 부총리="시장에 과도한 규제일 수 있다."

이용섭 장관은 원가 공개와 관련 "건설업체에 부담을 줘 아파트 건설을 기피하는 부작용이 나올 수도 있다"며 "(아파트 값) 인하를 유도한다는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국회 건교위 참석을 이유로 일찍 자리를 떴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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