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정치 바람에 되살아난 분양가 상한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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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정부와 여당이 어제 민간 아파트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를 철폐한 지 7년 만에 부활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정부 쪽에선 반시장적인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대신 차라리 부작용이 덜한 분양가 상한제를 택했다는 후문이다.

우선 국민의 경제생활에 직결된 부동산 정책을 흥정하듯 이런 식으로 어설프게 결정해도 되는지 의문이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정치권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 휩쓸려 졸속으로 마련해서는 곤란하다. 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경쟁적으로 '반값 아파트 공급 방안'을 내놓으면서 부동산 정책은 이미 선동적인 정치구호가 됐다. 실효성이나, 재원 마련 방안, 장기적인 여파 등은 제대로 따져보지 않은 채 말만 그럴싸한 부동산 대책이란 걸 불쑥불쑥 내놓고 있다. 여기다 그간의 정책 실패로 코가 석 자나 빠진 청와대와 정부는 정치바람에 휘둘려 우왕좌왕한다. 그래서 국민은 헷갈리고 불안하다.

당정이 논의했다는 '분양가 인하 방안' 자체가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다. 우리는 원가공개든 상한제든 주택에 대한 모든 반시장적인 가격 규제가 효과가 없을뿐더러 부동산 시장을 왜곡시키고, 종국에는 주택 공급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크다는 점을 누차 지적했다. 더구나 분양가를 억지로 낮춰 봐야 집값은 잡지 못한 채 오히려 청약 과열과 투기를 부추길 뿐이라는 점은 과거 경험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흡사 '분양가 인하'가 부동산 정책의 전부인 양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

이날 당정은 여당이 제시한 주택 공영개발과 '반값 아파트'에 대해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찬찬히 따져보니 현실성이 없거나 부작용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분양가 상한제도 마찬가지다. 문제가 있어 폐지한 제도를 다시 도입해 어쩌자는 것인가. 부동산 정책의 목표는 '분양가 규제'가 아니라 살 만한 집을 제때에 공급하는 것이다. 또 집값은 억지로 잡히는 게 아니라 원하는 집이 시장에 충분히 공급됐을 때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