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되겠어, 베어벡' 축구, 이란에도 져 빈손 귀국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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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이란의 남자 축구 3~4위 결정전에서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핌 베어벡 한국 대표팀 감독이 심각한 표정으로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다. [도하=연합뉴스]

축구대표팀 핌 베어벡 감독에 대한 불만이 임계점에 가까워지고 있다.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도하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대표팀은 20년 만의 금메달은커녕 동메달도 목에 걸지 못하고 귀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베어벡 감독이 각급 대표팀을 총괄하고 있는 현 체제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신문선 축구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한국 축구의 목표와 방향에 대해 되돌아볼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베어벡의 감독 선임 과정 자체가 독일 월드컵 16강 실패를 덮으려는 미봉책이었다. 아시안컵 예선과 아시안게임 등을 통해 계속 경험 미숙이 드러나고 있는데 대한축구협회가 이를 방치해 왔다"고 질타하며 "베어벡에게 각급 대표팀을 일임하는 것은 재고돼야 한다"고 말했다.

축구평론가 정윤수씨는 "진퇴를 밝힐 시점은 아니지만 베어벡 감독이 '무엇이 문제다' '어떤 부분을 고치겠다'는 로드맵을 밝혀야 한다. 더 이상 '아시안컵 4강 자신 있다' '맡겨 달라'는 등 뜬구름 잡는 말로 넘기려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어벡 감독이 여러 대표팀을 맡는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의 젊은 선수들은 병역과 해외 진출 등의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성인 대표팀은 베어벡이 책임지고 올림픽대표팀 등은 그런 사정에 밝은 한국인 지도자가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베어벡 감독의 전술과 리더십 부재는 아시안게임 내내 지적됐다. 북한과의 8강전을 제외하면 부족한 골 결정력을 만회할 전술적 시도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감독이 선수들과 떨어져 특급호텔에서 지낸 것도 구설에 올랐다. 신 연구원은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때도 선수촌 출입 카드가 부족하자 당시 조병득 코치가 밖에서 지내고 비쇼베츠 감독은 선수들과 함께 생활했다"며 베어벡의 처신을 꼬집었다.

김호곤 축구협회 전무는 "경기를 지배했지만 골을 넣지 못해 죄송한 결과를 낳았다"며 "하지만 내년에는 올림픽 예선과 아시안컵 일정이 겹치지 않기 때문에 감독의 대표팀 겸임으로 혼란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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