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호 주부들 역할 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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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잿빛하늘과 비누거품하천, 농약과 각종 화학첨가물로 오염된 식품, 날로 심해지는 산성비등 환경오염문제는 우리에게 더 이상 「강 건너 불」이 아니다. 고가의 정수기가 불티나게 팔리고 환경보호단체가 활약하고 있지만 공해문제는 소수 일부단체나 기관들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환경문제전문가들은 병든 지구를 살리는 길은 결코 먼곳에 있지 않으며 주부들이 일상생활에서 조금만 노력을 기울여도 큰 효과를 낼 수 있음을 강조한다. 우리 주변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환경보호방안을 소개해본다.
◇빨래비누 만들기=공해 추방운동연합 여성분과위원 안정선씨는 폐 식용유를 이용한 천연무공해 빨래비누 만들기를 권유한다. 손가락 마디가 갈라지고 지문이 없어지는 등 합성세제의 폐해를 피부로 직접 느꼈던 안씨는 합성세제 거품이 분해되지 않아 수중생물의 광합성을 해치고 산소공급을 차단해 하천의 자기정학능력을 감소시킨다는 것을 알고부터 비누 만들기를 실천하고 있다.
빨래비누를 만들기 위해서는 튀김 등을 하고 난 폐 식용유, 가성소다(양잿물)만 있으면 된다. 먼저 가성소다 1백60g을 물0.7ℓ에 충분히 녹인다. 여기에 폐 식용유 0·9ℓ를 천천히 부으면서 나무주걱으로 젓는다. 30분 정도 저으면 차츰 빡빡해지는데 이를 적당한 용기에 부어 3일정도 굳힌다. 빈 우유팩이나 플래스틱 젓갈통 등이 적당하며 넓고 큰 용기에 한꺼번에 굳혔을 때는 칼로 갈라 사용한다. 폐 자원을 재생한다는 의미도 있다.
◇젓가락휴대 및 우유팩으로 명함 만들기=주부 환경운동가 문선경씨는 지난해 가을 일본환경운동단체인 생활구락부여성들의 생활을 참관하고 온 뒤부터 젓가락을 휴대하고 다닌다. 생활구락부여성들은 모두가 개인 젓가락을 휴대하고 다니며 1회용 나무젓가락의 사용을 억제하고 있다.
이런 작은 실천이 목재소비를 줄여 열대림을 보호하고 대기의 온실효과를 억제시킨다는 게 이들의 설명. 안씨는 예쁜 공단 천으로 수저집을 만들어 핸드백에 넣고 다니는데 이를 여러 개 더 만들어 이웃에도 권유할 계획.
문씨는 또 『일본생활구락부여성들은 마시고 난 우유팩도 절대 버리는 일이 없으며 예쁜 그림부분은 오려서 비닐코팅을 벗겨낸 뒤 가지고 다니다가 명함을 줄 때 직접자신의 이름을 써서 건네주는 것을 보았다』며 『우리 나라도 본받을 만하다』고 말한다.
◇에너지 절약=난방온도를 낮추거나 수돗물 아껴쓰기 등이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일임을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발전소에서 석탄을 적게 때면 산성비·대기오염 등이 줄어들고 지구의 온실화를 막는다는 것.
겨울철 실내온도를 섭씨3도정도 낮추기, 수도꼭지에 절수장치를 설치하기, 변기탱크 속에 빈 맥주병을 넣어 수돗물 아끼기 등의 작은 실천이 생각보다 큰 효과를 낸다.
◇기타 ▲장바구니 들고 다니기=시장에서 물건을 살 때 포장해주는 비닐봉지는 분해되지 않으며 불에 소각되는 경우도 공기 중으로 유해가스가 퍼져나간다. 간편하게 접을 수 있는 시장바구니를 휴대하고 다니며 생선을 살 때는 플래스틱 통을 들고 가 담아오면 물이 흐르거나 냄새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폐 건전지 수거함 설치=라디오·카메라 등에 사용하는 건전지에는 수은이나 카드뮴 등 독성이 강한 중금속이 들어있다. 쓰레기와 함께 매립된 건전지는 부식되거나 파괴돼 땅속에 이들을 침투시킨다. 아파트경비실 입구나 일정지역에 작은 수거함을 설치해두고 한꺼번에 수집해 따로 처리토록 한다. <문경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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