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광원 수입 쉽게 생각말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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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모자라는 탄광근로자의 인력보충을 위해 중국교포나 동남아의 값싼 노동자를 들여오는 문제가 적극 검토되고 있다 한다.
최병렬 노동부장관이 태백지역 탄광종사자들에게 한 발언의 내용으로 미루어 빠르면 금년안에 해외로부터의 인력수입이 실현될 것으로 보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해외인력수입 문제는 이번에 처음 거론된 것이 아니고 지난해부터 기회있을 때마다 여러 산업분야에서 제기돼온 문제다.
그리고 실제론 국내 산업이 겪고 있는 인력난은 심각한 상황에 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장관의 발언으로 해외인력수입이 가시화되고 있는 탄광업계는 물론이고 그밖에도 섬유·건설·수송 등 업종마다 일손부족을 겪고 있다. 특히 같은 업종이라도 근로조건이 뒤떨어지는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심해 주문을 받아 놓고도 사람이 없어 기계를 돌리지 못하는 곳이 적지않다.
일손부족은 직접 산업생산에 차질을 가져올 뿐 아니라 노임단가를 올리는 가장 큰 요인의 하나로가 되고 이것이 전반적인 임금상승을 부추겨 산업경쟁력을 떨어뜨리는등 우리 경제에 외면할 수 없는 장애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탄광의 일손부족을 메우기 위해 해외인력이라도 수입하겠다는 의도는 이해할만하다.
그러나 어느 업종을 막론하고 해외인력,특히 해외동포 인력을 들여오는데는 몇가지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근로자들이 들어올 경우 인도적 견지에서라도 그 가족의 동반을 막기 어렵고 해외동포의 경우 그것은 영주입국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 해외근로자 가족의 이주는 주택·교육·의료 등 아직 우리자신의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복지수요를 해결해 주어야할 문제를 낳는데 이에 대한 복안이 서있는지 궁금하다.
더욱이 한번 물꼬가 터져 인력수입이 확대될 경우 거기서 파생될 문제나 위험부담은 그만큼 커진다.
정부는 인력수입대상 업종을 탄광으로 제한하겠다 하나 일단 입국한 인력이 타산업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인력난을 겪고 있는 타산업에서 손쉬운 해결책으로 인력수입을 요구해올 경우 이를 막을 명분도 없어지게 된다.
따라서 이 문제는 광원부족으로 범위를 제한해서 생각할 것이 아니라 현 단계의 우리산업에 해외인력의 수입이 불가피한가에 대한 원론적인 접근이 필요하며 거기에 부정적 답변이 나온다면 특정분야에만 허용하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자세는 삼가는 것이 옳다.
우리는 인력부족난을 해결하는데 단기적이고 손쉬운 방법으로 해외인력수입에 연연하기 보다는 국내의 여성인력,고령인력 등 유휴인력을 산업현장으로 유도하는 구조적 대응을 권고해온 바 있다.
당국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사려깊은 대책을 세워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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