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만점 작년 1만 명 → 올해 1800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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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계성여자고등학교 교무실에서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성적을 확인하고 있다.[뉴시스]

"가채점 때보다 영역마다 1~2등급씩은 떨어졌다." "재수해야 되나." 13일 오전 10시20분. 2007학년도 대입 수능 성적이 발표된 서울 여의도고 3학년 3반(인문계) 교실 곳곳에서 한숨이 터져나왔다. 지난해 1만 명이 넘었던 언어영역 만점자가 올해는 1800여 명으로 줄어드는 등 어려웠고, 탐구 영역이 까다로웠던 것이 성적표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날 수능 채점 결과와 영역.과목별 등급 구분 표준점수 및 도수분포를 공개하고, 전국의 수험생들에게 표준점수.백분위.등급이 표시된 성적을 개별 통지했다.

◆ 두터워진 상위권=응시자 대비 만점자 비율은 언어 영역과 수리 가형은 0.3%였고, 수리 나형과 외국어 영역은 각각 1.8%, 1%였다. 지난해에 비해 언어 영역만 만점자 비율이 줄었을 뿐 다른 영역에서는 만점자 비율이 모두 늘어났다. 이 때문에 특히 인문계열에서는 상위권 층이 지난해보다 두터워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상위권 학생들이 지원하는 대학에서는 언어.수리.외국어 영역보다 탐구 영역 성적이 중요해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학지도 담당교사들은 전망했다. 이런 점 때문에 탐구 영역 반영 비율이 타 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고려대.성균관대.한양대에 학생이 몰려 경쟁률이 높아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 선택이 명암 갈랐다=수험생들이 어렵게 생각한 탐구 영역에서는 어떤 과목을 선택했느냐가 중요했다. 사회탐구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윤리가 81점(지난해 71점)으로 가장 높았고, 법과 사회가 67점(지난해 77점)으로 가장 낮았다. 과학탐구는 물리 II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83점(지난해 65점)으로 가장 높았다. 지구과학Ⅰ이 67점(지난해 65점)으로 가장 낮아 격차가 16점이나 났다.

이에 따라 탐구 영역에서 표준점수를 그대로 반영하는 대학을 지원하는 수험생은 주의해야 한다. 상위권 대학은 표준점수 대신 백분위 성적을 쓰거나 자체 환산 점수를 활용한다. 이럴 경우 과목 간 점수 차가 줄어든다. 지난해 서울대의 경우 선택과목별 만점자 표준점수 차이(14점)를 4.61점으로 줄여 반영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정강정 원장은 "선택과목에 따른 난이도 차이는 현재 수능 제도상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상당수 대학에선 점수 차이를 보정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 수리 가형의 나형 역전 현상=출제 범위가 넓고, 어려운 수리 가형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나형 선택 학생에 비해 항상 불리했다. 표준점수로 따져 불이익을 본 것이다.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표준점수 최고점이 수리 가형(자연계)은 145점, 수리 나형(인문계.예체능계)은 140점으로 나온 것이다. 가형이 나형을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측은 "나형의 문제가 상대적으로 쉬워 평균점수가 올라가면서 나타난 현상이기도 하지만 학교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나형을 집중적으로 보면서 표준점수 하락 현상을 가져온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대 등 107개대가 수리 가형에 가산점을 주는데다 상위권 대학들은 이공계 모집단위를 지원하는 학생들에게 수리 가형을 응시토록 의무화하고 있다.

강홍준.권근영 기자

◆ 원점수=특정 영역.과목의 문항당 부여 점수를 단순 합산한 점수로 100점(언어.수리.외국어)과 50점(탐구영역) 만점 중 몇 점을 받았는지 보여준다.

◆ 표준점수=동일한 영역의 시험을 치른 응시자 중 해당 수험생의 성적이 어느 위치쯤인가를 나타내는 점수. 개인의 원점수에서 계열별 전체 응시생의 평균 원점수를 뺀 값을 해당 과목의 표준편차로 나누는 방식으로 구한다.

◆ 백분위=모든 응시자의 점수를 100개 단위(1~100%)로 구분해 어느 위치에 속하는지를 나타낸다. 여러 영역.과목의 원점수를 백분위로 환산하면 성취 수준을 비교하기 쉽다. 자신이 받은 점수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응시자가 전체의 90%라면 백분위는 91이 된다.

◆ 등급=영역별.선택과목별로 1~9등급으로 표시된다. 1등급은 표준점수 상위 4%, 2등급은 상위 11%, 3등급은 상위 23%까지다. 만점자가 많이 나올 경우 모두 1등급으로 처리돼 2등급이 없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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