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4조6000억 부담" 미군기지 이전비용 진통 미국 "5조5000억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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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수 국방부 장관(左)의 취임을 환영하는 뜻에서 버웰 벨 한미연합사령관(中)이 주관한 의장행사가 13일 오후 서울 용산 한미연합사 연병장에서 열렸다. 김 장관이 미군의 전통에 따라 병사로부터 예포 탄피를 선물로 받고 있다.조용철 기자

미군기지 이전이 2011년 이후로 늦춰지게 된 것은 예상치 못한 각종 돌출변수 때문이다. 한.미가 용산기지를 평택으로 옮기기로 합의한 2003년에만 해도 5년 정도면 새로운 미군기지가 완공될 것으로 추정됐다. 그래서 목표연도를 2008년으로 잡았다. 그러나 막상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양국 정부는 난관에 부딪혔다.

양국은 먼저 새 기지가 들어설 부지의 크기를 협상하는 데에만 1년 이상 걸렸다. 주한미군사령부가 있는 용산기지와 동두천.의정부 등 전국에 흩어진 미 2사단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부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양국은 끈질긴 협상 끝에 용산기지와 2사단을 수용할 수 있는 349만 평을 확정했다. 우리 정부가 평택시 팽성읍 지역에 미군 부지를 매입하고 공사지역을 설정하는 데는 더 어려운 문제가 도사리고 있었다. 미군기지를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이 팽성읍 대추리 주민들을 설득해 조직적으로 훼방에 나섰던 것이다.

앞으로 남은 절차도 간단치 않다. 핵심 쟁점은 한.미 간의 '재원 분담'이다. 본격적으로 평택기지 사업을 추진하려면 양국은 종합시설계획(마스터플랜:MP)을 확정해야 한다. 시설계획을 확정하려면 사업의 책임주체를 나누면서 한.미 간 내놓아야 될 돈을 결정해야 한다. 현재 한국 정부는 주한미군기지 이전에 필요한 총사업비 9조5000억원 중 4조6000억원을 부담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측은 5조5000억원 이상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한다. 미국은 이라크 전비 때문에 국방예산이 부족해 재원 문제에 완강하다. 따라서 양국이 공사 내용과 책임 소재를 검토해 재원 분담을 확정짓는 데 서너 달이 걸릴 것이라고 국방부는 전망한다. 양국은 또 부지에 대한 환경영향 평가, 문화재 조사 등 국내법 절차 준수, 홍수에 대비해 부지의 높이를 얼마나 돋울 것인지를 놓고 협상을 벌여야 한다.

평택기지 공사 지연이 한국에 꼭 불리한 것만은 아닌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평택기지의 완공시기가 지연되는 만큼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도 늦춰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미는 올 10월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전작권을 한국에 넘기는 시기를 2009~2012년으로 잡았다. 협상 당시 미국은 한국 내 반미 정서와 국방개혁 작업을 감안해 전작권을 2009년에 조기 전환을, 한국은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의 위협을 우려해 2012년에 넘겨받자는 입장이었다.

군 관계자는 "전작권이 한국에 넘어오면 연합사는 해체된다"면서 "미측은 용산기지를 평택으로 이전하면서 연합사를 해체할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결국 용산기지 이전과 전작권 전환 시기가 한국이 희망하는 2012년께로 일치하는 셈이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kimseok@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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