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 붕괴 … 연쇄 도산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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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 미군기지의 평택 이전이 4년쯤 지연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현지 주민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기지 이전지역인 팽성읍 대추리 주변 안정리와 송탄관광특구 상인들은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은 평택 미군기지 이전확장 저지 범국민대책위(범대위) 등의 불법 집회와 시위, 작업 방해 등이 기지 이전 사업의 발목을 잡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안정리상인연합회 김기호 회장은 13일 "범대위의 폭력적인 반대 집회 때문에 상권이 위축된 마당에 기지 이전마저 연기된다면 평택 상권 전체가 붕괴된다"고 걱정했다. 한국외국인관광시설협회 평택지부 이훈희 회장도 "2008년 기지 이전을 예상해 안정리 주변에 들어서고 있는 다양한 업종의 가게와 2000여 가구에 이르는 렌털 하우스(임대용 집)가 연쇄 도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자영업을 하는 전상호(56.평택시 비전동)씨는 "평택지원특별법에 따라 추진되는 평화 신도시 조성과 평택항 확장 사업 등도 차질을 빚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정부는 기지 이전 연기에 따른 충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정부와 미군 사이에 진행 중인 기지 이전 일정 조정과 별도로 경기도와 평택시는 지역 발전 계획이 차질없이 추진돼야 한다는 점을 정부에 요구할 방침이다. 정부와 경기도.평택시는 2020년까지 18조8000억원을 들여 평화 신도시를 포함한 9개 분야 87개 사업을 추진하기로 올 6월 결정했다.

송명호 평택시장은 "연차별 지역개발 사업 중 2007년에 벌일 49개 사업은 이미 승인받아 걱정 없지만 2008년 이후 사업은 다소 어려움을 겪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반면 기지 이전 반대 단체들은 성명을 내고 정부는 국민 요구를 외면하지 말고 미국과 기지 이전 문제를 전면 재협상하라고 촉구했다. 범대위 소속 평택대책위 이은우 상임대표는 "미군기지 이전은 지역 주민들의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된 정책이었다"며 "정부는 기지 이전을 연기하기보다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기지 이전 연기로 평택지역 부동산 시장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기지 이전이 다가오면서 하루가 다르게 오르던 부동산 가격이 주춤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팽성읍 U중개업소 대표 최모(43)씨는 "평택 전 지역이 토지거래허가 구역이라 평소에도 거래량은 많지 않았지만 이번 기지 이전 연기로 개발 및 기대효과가 줄어들면서 거래량은 물론 가격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평택=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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