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LCD 업계, 어이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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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각국 공정거래 당국이 일제히 액정디스플레이(LCD) 업계의 담합 조사에 들어가 관련업체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미 법무부와 유럽위원회(EC)는 주요 LCD 업체 현지 지사에 출석요구서를 보낸 것으로 13일 밝혀졌다.

이에 앞서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주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 조사에 착수했고, 일본 공정거래위원회도 샤프 등에 관련 정보를 요청했다. 미 법무부 관계자는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업명은 말할 수 없지만 LCD 업체의 독점금지법 위반과 관련해 타국 관계당국과 협력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EC 측도 "가격담합 등과 관련된 증거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다른 나라 관계당국과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현재 조사 대상에 오른 기업은 10개 사 정도로 알려졌다. 국내 삼성전자.LG필립스LCD 외에 일본 샤프, 대만 AUO.치메이 등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 업체는 세계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했다. 국내 업체들은 이번 조사의 목적을 알지 못해 더욱 불안해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TV용 대형 LCD패널의 경우 최근 1년 새 30% 이상 값이 내려갈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데 담합 혐의를 두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는 10인치 이상 대형 패널 품목에서 세계 1,2위를 다투며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점유했다.

전문가들은 2003~2004년 휴대전화와 디지털카메라 용 패널 수요가 급증할 당시 가격 담합이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영국의 경제신문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 "2003년 이후 LCD 업체들의 엄청난 판매실적을 고려할 때 담합이 적발되면 반도체 업체들은 2001~2002년 가격담합 때 물었던 것보다 더 큰 액수의 벌금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반도체 담합과 관련해 삼성전자는 지난해 3억 달러, 하이닉스는 1억8500만 달러, 독일 인피니온은 1억6000만 달러의 벌금을 내고, 관련 임직원이 구속 수감됐다.

한편 조사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 플로리다의 한 소비자는 "LG필립스LCD가 미국의 반독점법과 소비자보호법을 위반했다"며 이날 뉴욕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등 집단소송 움직임도 나타났다. 이 소비자는 LCD 모니터가 달린 컴퓨터를 구입했는데 담합으로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LCD 업체들은 미국과 EU의 엄격한 반독점 규정 적용에 대비해햐 한다"고 말했다.

김창우·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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