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영토' 아시아로 확장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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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국내 정상'을 다투던 시중은행들이 아시아시장으로 경쟁의 무대를 넓히고 있다. 그동안 세계 금융시장의 '틈새'로 남아 있던 베트남.인도네시아.중국 등이 주요 진출 지역이다. 종전엔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과 교포 등을 상대로 영업해 왔지만 앞으로는 현지 기업과 개인고객을 개척하겠다는 전략이다.

외환은행 인수에 실패한 국민은행은 해외 진출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내년부터 '아시아 리딩뱅크'를 목표로 베트남.인도네시아.캄보디아.중국.러시아.카자흐스탄.우크라이나 등 7개 국가의 소매금융 분야에 순차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이미 베트남.인도네시아.캄보디아에선 현지 진출을 위한 계약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 최기의 인사부장은 "최근 베트남.인도네시아.캄보디아 3개국 현지 신문에 채용공고를 냈다"며 "한 국가에서 네 명씩 전문인력을 뽑아 해외 진출 준비 요원으로 근무하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2004년 중국에서 현지 인력 채용을 시작해 지금까지 10명의 중국인을 채용했다. 또 은행 내에선 아시아 7개 국가에 파견할 지역 전문가 18명을 다음주 선발, 한국외국어대 등에서 6개월간 위탁교육을 할 계획이다.

지난달 30일 홍콩우리투자은행을 개소한 우리은행의 경우 황영기 행장이 "아시아 지역의 현지 은행 인수 등을 통해 아시아 대표은행이 되겠다"는 장기 비전을 선언했다. 우리은행은 현재 베트남(하노이.호찌민), 방글라데시, 싱가포르, 중국(베이징.상하이.선전), 홍콩, 일본 등 아시아에 지점 9개를 두고 있다. 또 현지법인 2개(홍콩우리투자은행.PT뱅크우리인도네시아)는 현지인과 기업을 상대로 영업을 하고 있다.

우리은행 국제팀 정운기 부부장은 "앞으로도 현지 은행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현지 영업망을 갖춰 나갈 계획"이라며 "인도네시아에서는 추가로 M&A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도 1일 '하나금융그룹 출범 1주년'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2009년까지 자산 200조원의 동아시아 리딩뱅크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특히 동남아와 홍콩.상하이.중국 동북 3성(省)을 잇는 동아시아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해외 진출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신한은행은 13일 인도의 뉴델리 지점을 개설한다. 신한은행은 현재 아시아에선 일본(도쿄.오사카.후쿠오카).중국(톈진.상하이.칭다오)과 홍콩.싱가포르.베트남(호찌민).인도(뭄바이) 등에 진출해 있다. 베트남의 경우 호찌민 지점 외에 현지법인인 신한비나은행을 통해 호찌민과 하노이.빈증 등 3개 지역에서 현지인을 상대로 영업하고 있다.

은행들의 아시아 진출에 대해선 정부도 긍정적이다. 박병원 재정경제부 제1차관은 6일 전국은행연합회와 국제금융연합회가 주최한 행사에서 "해외의 틈새 시장을 개척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비교우위 분야를 개발해 집중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KAIST 금융전문대학원의 이봉수 원장은 "국내 은행들이 아시아 곳곳으로 뻗어가는 것도 '동북아 허브' 전략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며 "현지에 제대로 정착하려면 단기 투자적 시각보다는 현지인과 꾸준한 우호관계를 통해 토착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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