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RIReport] 연금 적자 고리 끊으려면 '작은 정부' 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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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공무원연금에 좋은 시절은 다 지난 것 같다. 국민연금처럼 혜택을 줄이자는 분위기다. 그래서 공무원들이 아우성이다. 월급도 많지 않고 퇴직금도 형편없어 연금을 많이 받는 것인데 하루아침에 줄이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연금 얘기 하기 전에 월급부터 보자. 공무원 월급은 전에 비해, 또 일반인에 비해 만만치 않다. 박봉(薄俸)은 옛날 얘기다. 민간인에 비해 해고의 불안도 작다. 오죽하면 그 많은 젊은이가 공무원 하겠다고 나서겠는가. 월급을 줄이면 공무원의 질이 떨어진다고 할 것이다. 나라 돌아가는 모양을 보거나 (국민이 고용한) 공무원에 대한 신뢰 수준을 생각하면, 그렇게 많은 숫자의 수준 높은 공무원이 필요한 것 같지는 않다.

세금으로 연금 적자를 메우는 비정상은 하루빨리 시정돼야 한다. 그렇다고 당장 공무원연금을 줄일 수는 없다. 월급이 적거나 연금이 별로라서가 아니다. 연금이 근로계약조건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과 비교해 너무 헤프다거나 재정 사정이 나쁘다는 등 중대한 사유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근로자에게 불리한 계약 변경은 근로자들에게 합의를 받아야 한다. 공무원노조의 입장이 확고한데 그런 합의를 받아낼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연금 개혁을 위해 할 수 있는 첫 번째 일은 혜택을 줄여 적자가 생기지 않게 설계된 새 연금제도를 새로 공무원이 되는 사람부터 적용하는 것이다. 재직 중이거나 퇴직한 공무원에게는 지금 조건대로 연금을 줘야 할 것이다.

그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해야 할 두 번째 일이 공무원에게 월급으로 나가는 돈을 줄여 나가는 것이다. 그래야 연금 부담이 줄어들 테니까.

월급 비용을 줄이는 첩경은 공무원의 숫자를 줄이는 것이다. 민간 위에 군림하고, 민간경제를 옥죄고, 민간으로부터 세금 더 걷어 내는 발상이나 하는 공무원이라면 더더욱 숫자를 줄여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 있는 사람을 내몰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대신 나이가 차 퇴직하는 자리, 비리로 물러나는 자리를 새 공무원으로 채우지 않는 것부터 해야 할 것이다. 연금 문제가 해결 기미를 보이기 전까지는. 꼭 공무원이 해야 할 새 역할이 생기면, 그 일은 우선순위가 뒤지는 일을 하고 있는 공무원이 대신하면 될 일이다. 정 새 사람을 뽑으려는 부처가 있다면 정원을 엄격하게 적용해 지금 있는 사람이 스스로 물러나거나 장관이 내보낼 수 있는 숫자에 한정해야 할 것이다. 공무원의 순증(純增)은 엄금해야 할 것이다.

그것으로 안 되면 문제가 해결 기미를 보일 때까지 공무원의 월급 인상을 중단하거나 가능하면 줄여 나가야 한다. 그래야 월급 수준과 연결된 연금이 줄어들 테니까. 연금 줄이는 것은 기존의 공무원에게 적용할 수 없지만, 월급 수준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그해에 일할 공무원과 매해 맺는 계약조건이기 때문이다.

공무원 월급 수준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지표는 재정적자 규모다. 엄연히 국민이 고용을 해 월급도 주고 연금을 주는데, 빚을 내 가면서까지 월급도 올려 주고 연금 적자를 메워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재정적자를 내는 정부에서 일하는 동안에는 재정적자와 연계해 공무원의 월급을 정하는 법이라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는 공무원 스스로 제 월급을 깎거나 공무원연금을 줄일 이유가 없다. 종부세든 뭐든 또 누가 부담을 하든 세금을 올리기만 하면 되니까.

한마디로 공무원연금 문제는 월급과 공무원 숫자를 줄이기 전에는 연금 혜택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 결국 작은 정부를 실현하는 것이 공무원연금의 근원책이다.

김정수 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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