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맞추고 마음 맞추고 행복합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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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우~ 구주 나신…." "아닙니다. 목소리를 더 올려야 합니다."
8일 오전 11시 분당구청 대회의실. '분당구 어머니합창단'이 16일 오후 6시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송년음악회 캐럴메들리 연습에 한창이다. 지휘자 이요섭(36)씨가 곧바로 잘못된 부분을 수정한다. 소프라노 파트의 주부 6명에게도 "마치 선을 그리듯이 부드럽게 고음을 처리해야 한다"는 특별 주문이 떨어졌다. 소프라노 조장 조명숙(50)씨 얼굴에 긴장감이 흐른다. 지적받은 부분만 다시 불렀다. 이 씨가 비로소 'OK' 손가락 사인을 보냈다.

1995년 창단된 분당구 어머니합창단은 아마추어 수준에 만족하지 않고, 프로를 지향한다. 매주 두번씩 모여 3시간 이상 입을 맞춘다. 단장 안진희(47)씨는 "일주일에 6~8시간 함께 연습하다보니 친척·친구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됐다"고 말했다.
현재 회원은 35명. 분당에 사는 30~50대 주부들로 구성됐다. 창단 멤버도 8명이나 된다. 신미순(49)씨는 "처음 합창단에 나올 때 초등학생이던 아이들이 이젠 대학을 졸업했으니 세월이 무척 흘렀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그는 "우리는 항상 소녀 같은 기분으로 노래 부르며 산다"고 했다.
김현미(39)씨는 "단원 대부분은 중·고교 시절 합창단 활동을 했던 분들"이라며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한 단원도 여럿 있다"고 전했다. 최근 오스트리아에서 성악을 공부하고 돌아온 박찬경(38)씨도 합창단에 합류해 소프라노 솔로를 맡고 있다.
합창단 수상경력은 화려하다. 올 7월엔 중국 샤먼(厦門)에서 개최된 제4회 세계합창올림픽대회에서 동메달을 수상했다. 이 대회에는 80개국 4백여 합창단이 참가했다. 지난해는 제2회 휘센합창대회서 최우수상을 타기도 했다. 국내 대회로는 2004년 거제도 전국합창대회서 대상을 수상했다. 해외대회 참가 비용은 대부분 회원들이 부담한다.
합창단의 가장 큰 바람은 전용 연습실이다. 초대 단장 박춘희(49)씨는 "분당구 여러 예술동호인 모임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전용공간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진희 단장은 "구청에서 행정적 배려를 해주고 있지만 구립합창단으로 승격돼 연습에 더욱 전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송년음악회에 대비해 '동심초' '들의 적막'등 가곡 및 오페라 아리아를 준비하고 있다. 아이너스 남성중창단.재즈연주단 'Able' 찬조 출연. 관람료 없음. 문의 016-415-4892.

프리미엄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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