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조혜연 4단, 루이에 일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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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연4단이 루이나이웨이(芮乃偉)9단에게 먼저 1승을 올리며 여류국수 획득을 위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루이9단과 여섯번째 맞대결에 나선 조혜연이 과연 이번에는 여류 세계 최강 루이9단의 철벽을 넘어설 수 있을까. 조4단은 한국 여성 기사 중 남자와의 대결에서 유일하게 50% 이상의 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유망주다.

조4단은 지난 3일 한국기원에서 열린 여류국수전 결승 3번기 첫판에서 2백58수까지 가는 접전 끝에 백으로 반집을 이겼다.

아슬아슬한 승부였지만 조4단이 우세한 가운데 여기까지 추격당했기에 '여유있는 반집승'이란 해석도 나왔다. 무엇보다도 루이9단의 핵펀치를 받아내며 수습에 성공한 것이 돋보였다.

조혜연은 이미 3년 전인 2000년도에 루이9단과 여자세계대회인 흥창배 결승에서 첫 대결을 벌였고 여기서 첫판을 이겨 기염을 토했으나 결국 1대2로 지고 말았다. 곧이어 여류명인전에서 도전에 나섰으나 역시 1대2 패배. 하지만 조혜연에 대한 평가는 좋았다.

루이9단은 이 당시 조훈현-이창호를 연파하고 정규기전인 국수전에서 우승하는 등 최상급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그 루이를 상대로 1승씩 건지는 여성기사는 조혜연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후 조혜연은 기대와 크게 어긋났다. 두번의 도전에서 0대2로 완봉당하는 등 루이9단에게 7연패를 당한 것이다.

이번 대결을 바라보는 시각도 그래서 조심스럽다. 최근의 조혜연은 분명 상승세이고 루이9단은 40대에 들어서며 예전같지 않다.

조혜연에게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것만은 틀림없다. 그러나 루이나이웨이는 세계 바둑 사상 다시 보기 힘든 강자다.

과연 단 한번도 통과를 허용하지 않았던 루이의 철벽을 조혜연이 이번엔 넘어설 수 있을까. 2국은 11일 경주에서 열린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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