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깽이 모델 설 자리 없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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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종주국 이탈리아의 밀라노 패션쇼에서 깡마른 모델들이 퇴출당한다. 이탈리아 청소년부와 국립패션협회가 내년 1월까지 지나치게 마른 모델이 무대에 서는 것을 금지하는 방안을 마련키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아르마니.베르사체.프라다.구찌.페라가모 등 200여 개 명품.패션 기업들이 이 협회의 회원이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깡마른 모델의 출연 금지는 내년 2월 열리는 '밀라노 컬렉션'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이탈리아 패션계와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지나치게 마른 모델들이 청소년과 젊은층들에 건강미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마른 모델 퇴출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탈리아 국립패션협회의 메리오 보셀리 회장은 "스페인과 같이 체질량지수(BMI) 규제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9월 스페인 마드리드시는 BMI 18 이하인 모델의 패션쇼 출연을 금지했다.

그러나 청소년부 관계자는 "스페인의 예를 따르기 원한다"며 "세계보건기구(WHO)가 저체중의 기준으로 삼는 BMI 18.5 이하 모델들을 규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패션업체, 모델 공급회사, 사진작가 등 패션 분야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이 신설될 규정에 서명하기를 기대한다"며 "자발적인 규율이지만 협회 차원에서 불참자에게 불이익을 주고 패션쇼 참가를 금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패션업계는 파리.뉴욕과 마찬가지로 말라깽이 모델 퇴출에 미온적이었다. 8월 우루과이에서 거식증을 앓던 모델 루이젤 라모스(22)가 패션쇼 직후 숨졌을 때에도 "우리는 모델을 규제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다 지난달 브라질 출신의 아나 카롤리나 헤스톤 마칸(21)이 두 번째로 목숨을 잃자 사태의 심각성을 인정하게 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사망 당시 마칸은 키 1m70㎝에 몸무게는 38㎏에 불과했다.

이후 이탈리아 청소년부 장관 지오바나 멜란드리가 나서서 패션계를 설득했다. 보셀리 회장은 "깡마른 모델을 패션쇼뿐 아니라 잡지 광고에도 나서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출판협회와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박현영 기자

◆ 체질량지수(BMI.Body Mass Index)=성인의 키와 몸무게에 따른 비만도를 측정하는 수치다. 몸무게(㎏)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눠 구한다. 몸무게 47㎏, 키 1m70㎝인 모델 케이트 모스의 BMI는 '47÷(1.7×1.7)=16.2'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BMI 수치에 따라 신체를 저체중(18.5 미만), 정상(18.5~24.99), 과체중(25~29.99), 비만(30 이상)으로 분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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