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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현 소득에 세금 폭탄 … 종부세는 부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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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그러나 종부세에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정부는 종부세 도입을 앞두고 미국 등 외국에선 1% 정도까지 재산세를 납부한다는 사례를 들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재산세는 지방정부 수입으로 귀속돼 교육예산 등 주민에게 직접적 혜택이 돌아간다고 한다. 따라서 좋은 동네의 공립학교는 웬만한 사립학교보다 교육 환경이 뒤떨어지지 않고, 그 지역 자녀들은 별도 과외가 필요 없이 양질의 교육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자녀가 다 성장한 가정은 굳이 학군이 좋은 곳에서 교육예산에 많은 세금을 납부하며 거주할 필요가 없으므로 집을 팔고 부동산 가격이 낮은, 즉 재산세가 적은 곳으로 이주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종부세가 국세로 귀속돼 납세자에게 주는 직접적 혜택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재산세는 납부 지역에 따라 신용카드 납부도 가능해 기간적 여유가 있지만 종부세는 현금으로만 납부해야 한다.

아울러 외국에선 재산세 납부 액수는 소득공제를 받는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종부세는 버틸 수 없는 사람이 하나 둘씩 나자빠지기를 기대하는 인상을 줄 뿐이다. 사실 본인이 직접 살기 위해 오래 전부터 거주한 집에 갑자기 수입의 상당 부분을 보유세로 납부하도록 한 제도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 세법은 법이고, 법은 상식에 맞아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부동산 가격에 거품이 있다고 많은 사람이 생각하고 있다. 우리도 1990년대의 일본처럼 가격 붕괴가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므로 재산의 1%에 해당하는 보유세를 매년 납부하다가 만일 여러 해 지난 후 인구 감소와 더불어 그 집의 시세가 상당히 떨어지게 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그동안 미실현 소득에 대해 과다하게 냈던 세금은 그냥 폭탄을 맞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인지 묻고 싶다.

이승진 영남대 교수·음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