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이슈] WTO 가입 5년 … 달라진 경제 대국 중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중국이 WTO 가입 5주년을 맞은 11일 상하이 항에는 중국에서 제작된 자동차들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상하이 AP=연합뉴스]

콩 농사를 짓는 중국 농부 도우수쥔(竇樹軍.55)은 "최근 며칠 사이 콩값이 또 올랐다. 지금 근당 2.6 위안이 됐다. 콩기름 값도 올랐다"며 즐거운 표정이다. 2003년부터 국제 콩값이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따른 개방이 도우에게 안겨준 혜택이다. 카타르의 도하에서 중국의 WTO 가입이 공식 선언된 지 11일로 5년이 됐다. WTO 가입이 중국의 높은 경제성장을 불러왔다는 찬사가 나오는 반면, 개방수준이 기대에 못 미치는 반쪽 개방에 그치고 있다는 국제적인 불만도 아직 크다.

◆성장의 동력으로 작용=2001년 중국의 무역액은 5096억5000만 달러였다. 5년 후인 올해 11월 말엔 1조7645억 달러로 3배 이상으로 확대됐다. 외환보유액은 가입 당시 2121억 달러에 머물렀으나 지난달 1조 달러를 넘어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도 10조9655억 달러에서 20조2674억 달러로 불어나 영국을 제치고 세계 4위에 올라섰다.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특집기사에서 "5년 간 이익이 폐단보다 컸고, 득이 실보다 많았다. 중국은 A학점을 올렸다"고 자평했다. 현지 전문가들은 WTO 가입을 통해 중국이 끊임없는 개방과 참여의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찬양 일변도의 평가를 하고 있다.

◆개방도 단계적으로 추진=중국은 WTO와의 약속에 따라 5년 동안 2000여개의 법률.규정.조례를 개정했다. 그 결과 2001년 평균 14.3%에 이르던 공산품 관세율은 WTO 가입 이후 9%로 낮아졌다. 23.2%에 달하던 농산품 관세율도 15.2%로 떨어졌다. 느리지만 외환 규제도 서서히 완화됐다. 중국 당국은 몇 차례에 걸쳐 걸쳐 자국 기업에 대해 ▶상시 외환구좌 유지 허용▶외환사용 한도초과 제한 일수 확대▶사내 유보 외환 규모의 확대 조치를 내놨다. 위안화가 강세를 보이자 자본의 유출 폭도 늘렸다. 지난 4월 중국인민은행은 "일정한 자격을 갖춘 은행.보험.기금은 해외투자를 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증권업에서도 상당한 개방이 이뤄졌다. 8월 말 현재 7개 합자증권회사와 23개 합자기금관리공사가 영업 중이다. 23개 기금 가운데 9개 기금의 외국인 지분 비율은 40%를 넘는다. 보험.자동차.반도체.통신 등의 개방도 WTO와 함께 정한 개방표에 맞춰 진행 중이다.

◆"개혁 속도 느리다"=미국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12~16일 중국 방문을 앞두고 중국의 개혁속도가 느리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수잔 슈왑 무역대표부(USTR)대표도 "중국이 개혁 속도를 늦추면서 세계 경제를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가장 큰 불만은 중국이 인위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낮게 유지하는 바람에 양국간 무역역조가 천문학적인 규모로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의식한 중국은 지난해 7월21일 제한적(관리적) 변동환율제도를 도입했지만 이 정도로는 미.중 무역 불균형 해소에 효과가 없다는 게 미국 주장이다. 지적재산권 분야에서도 변화속도가 여전히 '만만디'라는 게 국제적으로 공통된 시각이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부터 가짜 상품에 대해 단속을 하고 있지만 공상행정관리국이 적발한 외국상품 도용, 모방 건수는 지난해 6770건으로 2004년에 비해 23.2%나 증가했다.

◆경제 국수주의 부활 우려도=지난 9월 제정된 인수합병(M&A) 규제법에 이어 내년엔 반독점법이 발효될 예정이다. 이처럼 외국자본을 겨냥한 규제가 잇따라 나오자 중국의 경제국수주의가 고개를 들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내년 예정된 중국의 은행 부문 개방이 제대로 이행되느냐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은 일단 WTO와의 약속에 따라 일정한 요건을 갖춘 외국은행에 대해 위안화 소매 금융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11일에는 씨티그룹.HSBC 은행 등 8개 은행이 중국 현지 법인 등록 신청서도 냈다. 하지만 서방 국가들은 중국이 외국은행의 시장 진출을 어느 정도 허용할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베이징=진세근 특파원, 서울=윤창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