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전 미·유럽·아랍 공동책임/팔레스타인인 WP지 기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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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PLO 평화안 수용돼야 “중동평화”
걸프전쟁은 미국·서유럽·쿠웨이트와 이라크 등 중동 각국에 공동책임이 있는 전쟁이긴 하지만 팔레스타인 문제가 사전에 해결되거나 해결의 길이 열렸더라면 예방이 가능했던 것이라고 팔레스타인 출신 언론인 하나 시니오라가 주장했다. 다음은 미 워싱턴포스트지가 게재한 시니오라의 「팔레스타인인 입장에서 본 걸프전쟁」 기고문 전문이다.<편집자주>
【워싱턴 포스트=본사특약】 걸프전쟁은 전쟁발발전에 이를 예방하기 위한 더많은 노력이 필요했던 전쟁이다.
부시 미 대통령은 서방세계와 모슬렘세계간의 분열을 촉발시켜왔다.
현재의 걸프전쟁은 여러 전문가들이 제시한 갖가지 가정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를 예견하기 어렵다.
중동이라는 입장에서 볼때 걸프전쟁은 하나의 시작이다. 오늘은 이스라엘로,내일은 아마도 요르단이나 시리아로,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전 아랍세계로 확대될 것이다.
앞으로 희생될 수백만명의 목숨은 쿠웨이트가 외부 간섭을 받지 않았더라면 희생되지 않아도 될 목숨들이다.
그러나 쿠웨이트 위기가 국제적인 차원으로 비화되고 나서 부시 대통령은 외교적인 해결책에 의존하기 보다는 기술적인 우위에 의존하게 되었다.
부시 행정부에 의해 주창된 「새로운 질서」라는 것은 아랍­이스라엘 분쟁에 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의 242호 적용을 배제하고 있다.
이 결의안은 1967년 전쟁으로 인한 중동문제를 아랍측이 대 이스라엘 승인과 이스라엘의 점령지 철수를 요구한 것이다.
미국은 그러나 유엔결의안과 관련된 정치적 해결을 무산시킬지도 모르는 전쟁과 군사적인 방안을 선택했다.
물론 책임은 사담 후세인이나 조지 부시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쿠웨이트의 통치자들은 그들의 국토가 점령당하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석유의 과잉생산과 탐욕스런 부자들은 현재 이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태의 간접적인 원인이다.
무기생산자들도 비난받아야만 한다.
중동은 필요이상의 많은 양의 무기들이 비축되면서 더욱 더 불안정해졌다.
부시 미 대통령과 샤미르 이스라엘 총리중 누구 한사람이라도 팔레스타인 민족문제와 그들 국가의 정당성을 다루는데 진지하고 솔직했더라면 이번 전쟁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부시는 팔레스타인 문제를 걸프위기의 해결과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연계시키기를 거부했다.
샤미르는 정치적 선택을 통해 아랍­이스라엘 분쟁과 걸프위기를 분리시키지 못함으로써 부시 행정부를 돕는데 실패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여전히 조국이 점령된 채로 남아있는 현 시점에서 중동의 모든 악과 팔레스타인 문제를 연계시킬 것을 제안한 지난해 8월12일 이라크의 제안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매달리는 것은 비난할 일이 못된다.
지난 4년동안 가자점령지역에서 발생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시위는 군사통치하에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이스라엘 사회와 국제사회에 대한 경고였다.
이스라엘의 후방 도시인 텔아비브가 공격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과 같은 공격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스라엘 스스로가 세계에 팔레스타인인의 권리를 인정하도록 세계에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양민족이 자신들의 고토라고 주장하는 팔레스타인은 양민족이 모두 평화롭게 두개의 국가로서 권위를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만큼 충분히 큰 땅이다.
오늘날 협상의 주도권은 이스라엘정부의 손에 있다. 이스라엘은 1988년 11월의 팔레스타인해방기구가 제시한 평화안을 수용해야 한다.<하나 시니오라 언론인>
◎일명 “「팔」인의 목소리”
▲하나 시니오라=하나 시니오라는 팔레스타인 출신의 저명한 언론인으로 팔레스타인인들로부터 「팔레스타인의 목소리」로 일컬어지고 있다.
동예루살렘에서 발간되는 팔레스타인 유력지 알 파지르(발행부수 2만부)의 발행인을 17년 동안 맡고 있는 그는 치과의사 출신으로 알 파지르의 발행인이었던 형님이 암살된 후 언론계에 투신했다.
시니오라는 이스라엘 당국으로부터도 「말이 통하는 팔레스타인인」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으로부터도 깊은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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