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집 아이들 '잔병치레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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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집 자녀들이 중산층 이상의 자녀들보다 건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경향신문이 11일 전했다. 저소득층 아이들은 아파도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할 것이라는 통념도 사실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저소득층 아이들의 건강증진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아동 및 청소년의 건강수준'이라는 보고서에서 확인됐다. 복지부는 지난해 4 ̄6월 전국 8,633명의 청소년 등을 상대로 처음 '건강심층조사'를 해 이 보고서를 만들었다. 편의상 월소득 1백만원 이하 가정을 '저소득 가구'로, 3백1만원 이상 가구를 '고소득 가구'로 표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잘 먹으면 낫는 질환이 빈곤층 아이들에게서 상대적으로 많이 나타났다. 저소득 가구 아이들 가운데 3.12%가 빈혈이었다. 반면 고소득 가구의 자녀들에서는 1%에 그쳤다. 저소득층 가구 아이들 가운데 1.42%가 폐렴에 걸렸으나 고소득층에서는 1.1%였다.

천식과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도 저소득 가구에서는 1,000명 당 각각 31.73명, 8.84명이 발생했지만, 고소득 가구에서는 28.54명, 4.42명이 앓는 데 그쳤다.

저소득층 아이들은 치료도 제때 못 받았다. '지난 1년간 치료가 필요했지만 치료가 지연됐거나 아예 못 받았다'고 답한 저소득층 청소년은 12.6%에 달했다. 고소득층(5.9%)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았다.

치료를 제때 못 받은 이유도 소득별로 차이가 있었다. 저소득층에서는 '경제적인 이유'(67.1%)가 가장 높았지만, 고소득층에서는 '학업에 지장을 줘서'가 58.8%로 주 이유였다. 이런 이유 등으로 건강이 양호한 아동 및 청소년의 비율은 저소득층에서는 69.5%에 그쳐, 고소득층(81.6%)보다 낮았다. 보고서는 '조사에서는 아동 및 청소년의 (건강)지표에서 사회계층별 차이가 나타났다'면서 '낮은 계층의 아동 등을 상대로 한 프로그램 개발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보고서를 만든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강은정 박사는 "조사 결과 아이들의 건강이 부모들의 소득 수준에 따라 대물림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전반적인 청소년 건강 상태는 나빠지고 있었다. 15 ̄18세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비율은 37.1%로 나타나, 1998년 조사 때(33.3%)보다 늘었다. '2주 동안 연이어 일상생활에 장애가 있을 정도로 우울증을 경험했다'고 밝힌 청소년은 14.8%였고, '자살을 생각해봤다'는 청소년도 18.4%나 됐다.

스트레스의 주원인은 학업문제 67%, 진로문제 13.8%로 '공부 스트레스'가 대부분이었다. 이 때문에 12 ̄18세 청소년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6.9시간으로 1998년의 7.3시간, 2001년의 7.2시간보다 줄었다.

디지털뉴스 [digit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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