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의 금빛 항해' 돛 펼친 베어벡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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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의 8강전에서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킨 염기훈이 환호하고 있다. [도하=뉴시스]

4게임 만에 공격다운 공격이 '공격진에 의해' 펼쳐졌다.

축구 남자대표팀이 10일(한국시간) 도하 알라얀 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8강전에서 김치우.염기훈.정조국의 연속골로 북한을 3-0으로 완파했다. 단판 승부인 토너먼트 경기라는 점 외에도 1978년 방콕 아시안게임 결승전(0-0, 공동우승) 이후 28년 만의 아시안게임 남북대결, 기대에 못 미친 조별리그 3경기 등으로 이래저래 부담스러운 경기였다. 하지만 오랜만에 공격진이 제 역할을 해준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초반은 예전처럼 답답했다. 경기를 지배하긴 했지만 투지와 스피드를 앞세운 북한의 대인마크에 이렇다 할 슈팅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첫 골은 수비수 김치우의 발에서 나왔다. 전반 31분 이천수의 슛이 수비벽을 맞고 퉁겨나오자 페널티 지역 외곽에 있던 김치우가 달려들며 논스톱 왼발 슈팅으로 연결했고 공은 빨랫줄처럼 뻗어 골대 구석에 꽂혔다.

북한 수비가 순간 흐트러졌고 한국 공격진이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3분 뒤 김치우의 패스를 받은 왼쪽 날개 염기훈이 이천수와 2대 1 패스로 골키퍼와 단독 찬스를 만들었고, 왼발로 살짝 공을 찔러넣었다.

정조국의 스루패스를 받아 이천수가 골을 엮어냈던 지난달 28일 방글라데시와의 1차전 이후 3경기 만에 공격진의 패스워크로 만들어 낸 골이었다.

세 번째 골도 공격진의 작품이었다. 후반 12분, 김두현의 침투 패스를 받은 염기훈이 크로스를 올리자 문전에 있던 정조국이 발을 갖다 대 골망을 흔들었다. 훈련 때 수도 없이 연습하던 패턴 그대로였다. 핌 베어벡 감독은 "선수들이 전술을 잘 수행해 적절한 시간에 골이 터졌다"며 만족해했다.

고비를 넘긴 대표팀은 12일 오후 11시 이라크와 준결승전을 치른다. 최근 축구협회 간부가 반군에게 살해되는 등 어수선한 상황에서 출전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88위 이라크는 8강전에서 45위 우즈베키스탄을 2-1로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아시안게임 3연패를 노리는 최강 이란은 중국과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8-7로 이겼고, 개최국 카타르는 태국을 3-0으로 눌러 양 팀이 4강에서 맞붙는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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