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리빙] 우리 아이 일기 쓰기 재미 붙여주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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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글쓰기 실력을 높이는 데 일기 쓰기만 한 게 없다고 한다. 특히 논술 대비를 어찌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현실에서 일기 쓰기는 논술 준비의 첫걸음으로 더욱 대접받게 됐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일기 쓰기는 지루한 숙제거리가 돼 버리는 게 보통. "쓸 거 없다"며 버티는 아이에게 반강제로 일기장을 쥐여주지만, 성의 없이 끼적거리는 일기 몇 줄이 무슨 도움이 되랴 싶기도 하다. 글 솜씨도 키우고, 사고력도 키우는 효과적인 일기 쓰기 지도법을 알아본다.

#생각이 먼저

'생각 없는 일기, 백날 써봐야 소용없다'의 저자 양혜선(고차적사고력교육센터 수석 컨설턴트)씨는 "일기 지도의 핵심은 생각하는 힘을 키워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문장을 다듬어 주는 수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생각하는 데도 기술이 필요하다. 양씨는 ▶궁금증 갖기 ▶가설 세우기 ▶대안 찾기 ▶장단점 비교하기 ▶남의 입장에 서보기 등을 '생각하는 기술'로 제안했다.

아이들에게 생각하는 기술을 알려 주는 방법은 대화다. 일기를 쓰기 전에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단순한 경험이 깊이 있는 생각으로 확장되도록 유도할 수 있다. 동화책 '백설공주'를 읽었다면 "왕비는 왜 백설공주를 미워했을까" "공주는 독이 든 사과를 왜 의심하지 않았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길 법하다. 부모가 먼저 몇 가지 질문을 해 본 뒤 아이에게도 궁금한 것들을 질문으로 만들어 보게 한다. 질문을 스스로 만들어 내고 답을 찾는 과정에서 생각하는 힘이 커진다.

또 "오늘 친구집에 갔는데 초인종을 아무리 눌러도 친구가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하는 아이에겐 "왜 그랬을까"라고 물어본다. "낮잠이 깊이 들어 안 나왔나 보다" "밖에서 놀고 있었나 보다" 등의 대답이 나왔다면 아이는 이미 '가설 세우기'란 훈련을 한 것이다.

아이들과 대화할 때는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이 존중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반응을 해줘야 한다. 말하는 아이의 눈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가끔씩 미소도 보낸다. 그래야 아이들이 깊은 속마음을 털어놓게 되고,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킬 기회를 갖게 된다.

대화를 통해 생각을 확장시켰으면, 아이들에게 생각을 정리해 일기를 쓰라고 한다. 글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그 자리에서 일기를 지우고 다시 쓰라는 식으로 윽박질러서는 안 된다. 다만 1, 2학년 아이들의 경우에는 일기를 쓰는 중간 중간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기억을 되살려 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형식을 다양하게

'깔깔마녀는 일기마법사'의 저자 황미용(교육사이트 '아삭'운영자)씨는 "일기의 형식을 다양하게 시도해 보는 게 아이들의 흥미를 끄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흔한 생활일기.독서감상일기.기행일기.편지일기.동시일기 외에도 만화일기.마인드맵일기.NIE일기.칭찬상장일기 등이 가능하다.

마인드맵 일기는 하나의 주제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생각들을 생각나는 대로 그려보는 일기, NIE일기는 신문 기사를 오려붙이고 기사내용과 자신의 생활.생각을 연결시켜 쓰는 일기다.

칭찬상장일기는 칭찬하고 싶은 사람에게 줄 가상 상장을 그리고, 그 속에 상장을 주는 이유를 적어 넣으면 된다. 또 직접 요리를 해보고 요리 과정과 감상을 적는 요리일기, '내가 선생님을 사랑하는 이유' '올해의 10대 사건' 등에 대해 번호를 매겨 정리하는 주제일기도 재미있는 일기 형식이다.

표 형식의 일기도 가능하다. 마음이 아플 때 쓰는 일기라면 병원 진료 카드처럼 표를 만들어 환자이름.병명.발병원인.처방전 등의 칸을 채워 넣으면 된다. 부모와 같이 교대로 쓰는 교환일기도 권할 만하다. 교대로 쓰기가 어렵다면 아이의 일기 뒤에 부모가 쪽지 편지를 적어 주는 것도 방법이다. 일기장을 매개로 부모와 아이가 마음을 나누는 덤을 얻을 수 있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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