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 붐의 주역은 중국 대륙과 동남아시아, 남태평양의 전쟁터로 동원됐다 돌아온 귀환 병사들이었다. 폐허로 변한 일본 땅에 돌아온 그들에겐 오직 '사람만이 희망'이었다. 47년부터 3년간 약 800만 명의 신생아가 태어났다. 49년의 출생률은 4.32였다. 당시의 일본 여성들은 일생 동안 평균 4명이 넘는 자녀를 낳았다는 이야기다.
단카이 세대의 성장과 함께 일본 사회는 크게 출렁거렸다. 그들이 취학연령이 되자 전국에서 일제히 교실난.교사난이 벌어지고 수험 경쟁이 치열해졌다. 청년이 된 단카이는 베트남전 반대 시위 등 학생운동에 '한 덩어리'가 됐다. 그들이 결혼 적령기에 이르자 이번엔 주택난이 일어나 위성도시 개발과 핵가족 현상이 가속화됐다.
어린 시절부터 경쟁이 몸에 밴 단카이 세대는 '회사형 인간'의 전형이었다. 고도성장이 이어지던 무렵 사회로 배출된 단카이 세대는 '주식회사 일본'의 기업전사였고, 90년대 이후 장기 불황기엔 중견 간부로 실적 부진에 허덕이는 회사를 안간힘 다해 떠받쳤다.
그런 그들이 내년부터 정년을 맞는다. 이번엔 또 어떤 사회적 변화를 몰고 올 것인지 일본에선 걱정이 태산이다. 숙련된 기술과 노하우를 갖춘 단카이 세대의 동시 퇴장으로 기업현장에서 인력 공백이 생기고 혼란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많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연금, 복지 비용 등 은퇴자를 위해 젊은 세대들이 갹출해야 하는 부담이 과도하게 높아진다는 점이다. 일본 언론들은 이런 문제를 통틀어 '2007년 문제'라 부른다.
이 같은 일본의 걱정을 들여다보면 그래도 행복한 고민이란 생각을 떨칠 길이 없다. 어쨌든 정년까지 무사히 마치고 퇴직금까지 두둑히 챙겨 나오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니 말이다. '사오정' '오륙도'야말로 '2007년 문제'보다 몇 배 더 심각한 문제 아니던가.
예영준 도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