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무역적자 왜 최대폭을 기록했나(진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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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원유·유화제품 수입 급증탓/유가 내려 내달부터 줄어들듯/산업 체질강화가 근본 해결책
연초부터 우려했던 예상들이 하나둘 경제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물가의 고속행진에 이어 무역수지마저 월별로는 사상최대의 적자를 기록해 올해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1월중의 대폭적인 무역적자는 「전쟁은 어떻든 경제에 역효과」를 가져오며 에너지의 젖줄을 대고 있는 중동의 정세 격변은 우리에게 미치는 악영향이 엄청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수출의 상당폭 증가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1월중 적자폭이 컸던 것은 원유등 수입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원유수입은 7억2천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억5천만달러가 늘어났으며 나프타등 석유화학 제품도 13억9천만달러를 도입,이 부문에서만 지난해보다 6억달러의 적자요인이 추가되었다.
1월중 국내에 도입된 원유는 대부분 작년 10∼11월에 배럴당 30∼35달러선에 계약된 것으로 작년동기에 비해 원유값이 50% 이상 올랐고 도입물량도 20% 이상 증가,수입부담이 커졌다.
여기에 신규투자와 시설개체를 위한 기계류수입이 계속 늘어나고 항공기도입(9천4백만달러)등 일시적인 요인도 작용했다.
상공부는 3월부터 걸프전쟁 이후 값이 하락한 원유가 국내에 들어와 수입부담이 줄고,대 북방 진출확대·엔화강세 등의 지속으로 수출이 늘면 무역수지적자폭은 상당히 축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무역적자폭이 커진 것은 우리나라 산업의 경쟁력 약화등 구조적 문제에서 빚어지고 있음을 지나쳐 보아서는 안된다.
이점은 수출동향에서 잘 나타난다. 1월중 수출은 46억4천9백만달러로 작년 1월보다 17.5% 증가를 보였으나 절대액면에서는 89년 1월 실적(44억달러)을 약간 웃돌았을 뿐이다. 즉 지난달의 수출증가율이 높았던 것은 작년 1월의 수출증가율이 마이너스 10.1%로 극히 부진,이에 대한 「수치」상의 반등을 담고 있는 것이다.
수출환경은 실제 올해 들어 더욱 악화,작년에 호황을 보였던 조선의 경우 올들어서는 신규수주가 거의 중단된 상태며 자동차수출 역시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이와 함께 신용장(L/C) 내도액도 1월중에는 작년 4·4분기의 8.2%를 크게 밑도는 2.8%의 소폭증가에 그쳐 수출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수출입동향은 월별로 그 실적을 두고 크게 일희일비할 일은 물론 못된다. 계절적 일시적 요인에 따른 증감도 크고 그 자체로 전체의 흐름을 파악하기에는 자료자체가 한계를 지녔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술개발·생산성 향상 등 우리경제가 안고 있는 숙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채 걸프전쟁의 쇼크마저 겹쳤다.
정부는 내년부터 수출이 본격적으로 회복,다시 흑자기조를 이룰 수 있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렇게 되려면 역시 기술개발·인력양성 등을 통한 제조업 경쟁력강화와 물가를 포함한 경제안정으로 경제의 실력을 쌓아가는 방법밖에 없다.<장성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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